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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씨가 27일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 관련 재판에 출석하기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
전두환씨가 마침내 광주 법정에 섰지만 재판에서 달라진 그의 모습을 보긴 어려웠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재판장 김정훈 부장판사)은 27일 오후 2시 201호 대법정에서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씨 재판을 속행했다.
"대한민국의 아들이 그랬을 리 없다" 헬기 사격 부인
전씨는 지난 2017년 발간한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 2018년 재판에 넘겨졌다.전씨는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전씨의 재판을 맡았던 전임 재판장은 4.15 총선 출마를 이유로 올해 초 사직했다. 때문에 이날 열린 재판은 재판장이 바뀐 뒤의 사실상 첫 재판이다.
전씨는 재판이 시작된 지 3분 뒤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구속피고인 전용 통로로 법정에 들어섰다. 그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관계로 법정 내 마련된 헤드셋을 쓴 채 마스크를 쓰고 재판에 임했다.
검사 측은 전씨를 기소하게 된 배경에 대해 "1980년 5월 광주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다. 전씨는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내용으로 회고록을 작성하면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씨는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제가 알고 있기로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다. 만약 헬기에서 사격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헬기 사격수가 계급이 중위나 대위였을텐데 대한민국의 아들인 이들이 헬기 사격을 하지 않았음을 저는 믿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전씨의 변호인은 참고용 헬기 사격 동영상과 옛 전남도청 주변 지도를 준비, 재판장에 여러 상황을 설명하며 당시 헬기 사격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전씨의 변호인은 지난해 3월11일 열린 재판에서도 전씨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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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씨(왼쪽)와 부인 이순자씨가 27일 광주에서 열린 재판 출석을 위해 서울 서대문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
불성실한 재판 태도… "전두환 살인마" 소동도
전씨는 이날 시종일관 재판에 집중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여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고령이기는 해도 재판의 중요성 등을 고려했을 때는 눈쌀이 찌푸려지는 모습이었다.전씨는 재판 도중 졸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는 등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부인 이씨가 졸고 있는 전씨에게 물을 건네며 깨울 정도였다.
재판장은 "피고인도 재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며 조는 모습을 보인 전씨의 주의를 환기했다. 또 10분간의 휴정을 명령했다. 재판은 같은 날 오후 3시35분에 재개됐다.
재판이 다시 열린지 얼마지나지 않아 전씨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재판장은 이를 허락했다. 전씨는 재판 내내 마스크를 벗었다 착용했다를 반복하기도 했다.
방청석에 있던 한 남성은 전씨 변호인의 의견 표명 과정에 "전두환 살인마"라고 외치는 등 소란도 일었다. 재판장은 이 남성을 즉각 퇴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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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유족 단체인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이 27일 전두환씨의 재판이 열린 광주지법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스1 |
다음 재판은 6월… 증인으로는 누가?
재판장은 지난 1년 동안 이뤄진 헬기 사격 시민 목격자와 당시 광주로 출격했던 헬기 조종사 등에 대한 증인신문 요지를 정리해 낭독하는 한편 향후 일정을 고지한 뒤 3시간20분여 만에 이날 재판을 마무리했다.전씨는 지난해 3월 법정에 나와 인정신문을 받은 뒤 단 한 차례도 자신의 형사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장이 불출석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이날 법정 안팎에서는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오월단체와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다음 재판은 오는 6월1일과 6월2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전일빌딩 헬기 사격 탄흔을 감식한 국과수 김동환 총기분석실장과 전남대 김희송 교수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