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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전경/사진=뉴스1 |
불안한 수익구조… 꿩 먹고 '알'도 챙긴 한전
한전 입장에선 큰 숙제를 해결한 셈이다. 취지는 '합리적인 전기소비 유도'라지만 한전이 얻는 이득이 상당하다.
2013년부터 전기요금이 동결되면서 현행 전기요금 체계는 사실상 고정이다. 연료비 등락과 관계없이 전기료가 책정된다. 쉽게 말해 소비자는 석유‧석탄‧LNG가스 등 연료 가격이 오를 때나 떨어질 때나 같은 수준의 요금을 내왔다. 연료비 등락에 따른 손실과 이익을 한전 스스로가 부담하고 챙기는 구조였다.
이는 한전의 지금까지 실적에서도 잘 드러난다. 저유가가 지속되던 2015~2016년 당시 한전은 10조원 넘는 대규모 흑자를 내다 유가가 비쌌던 지난해엔 1조3000억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들어선 저유가 기조로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한전의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조332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8.2% 증가했다. 발전회사 연료비와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가 3조9000억원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4분기 실적까지 더해진다면 한전은 올해 3조원 안팎의 사상 최고 흑자를 달성할 전망이다.
"실적도 좋은 데 전기요금은 왜올리냐"는 질타가 쏟아질 수 있지만 한전으로선 그만큼 재무안전성이 불안한 수익구조였다. 회사 경영 성과에 따른 등락이 아닌 국제 유가 등 외부 비용에 따라선 더욱 그렇다. 이 불안한 리스크를 털어내는 것이 한전에겐 꼭 필요한 과제였다.
게다가 정부가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고 나선 상황. 풍력이나 태양광 등 정부가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연료가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만약 현 전기요금 체계가 유지됐다면 그로 인한 한전의 손실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그렇다고 한전이 정부 정책 기조에 반하는 원전 등 값싼 연료를 살 수도 없는 구조다. 그만큼 급박했다.
업계에선 이번엔 시기도 잘 들어맞았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저유가 국면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이 경우 당장 1월부터 연료비 연동제가 반영된 고지서가 날아들어도 앞으로 약 1년간은 변동폭이 크지 않아 요금저항을 최소한으로 낮출 수 있다. 한전도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는 지금이 연동제를 도입할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전은 2011년 연동제를 도입하려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유보한 바 있다.
이래저래 한전에겐 전기요금을 개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전기요금이 개편되면서 한전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대한 연료비 등락 부담을 덜고 재무구조를 안정화했다. 동시에 주주가치도 보호할 수 있게 됐다. 한전은 정부가 대주주인 공기업이기도 하지만 뉴욕 증시 상장사다. 특히 외국인 지분율이 24%를 넘는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이 시장형 공기업이라곤 하지만 결국 상장사는 수익이 목적"이라며 "그동안 적자 상황에서도 전기요금을 못올려 '투자자국가간소송' 우려까지 나왔는데 이번 개편으로 그동안 쥐고 있던 문제들을 한 방에 털게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