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모습(좌) 인파 몰린 스카이72 골프연습장(우)./사진=지용준 기자
사람 없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모습(좌) 인파 몰린 스카이72 골프연습장(우)./사진=지용준 기자

“여행객은 아예 없어요. 공항에 사람이 없으니 얘기할 것도 없고요. 안내데스크를 찾는 사람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예요. 솔직히 손님이 그립죠.” - 인천공항 출국장 안내 데스크 직원 A씨

“정상적이라면 해외로 떠났을 텐데 해외 여행길이 막혔으니 가격이 비싸도 국내 골프장밖에 선택지가 없어요.” - 스카이72 이용자 B씨

화창한 봄 날씨가 이어지는 5월의 인천국제공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이라면 여행객을 맞이하느라 발 디딜 틈 없이 분주했을 인천공항은 한산하다 못해 고요함까지 느껴진다. 공항 내에서 들리는 소리라곤 한국어와 중국어, 영어 등으로 진행되는 안내방송뿐이다.

국토교통부가 제공하는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7086만명에 달하던 인천공항 이용객은 지난해 1200만명으로 83% 감소했다. 올 들어서도 4월까지 이용객 수는 약 74만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약 2361만명)에 비해 97%가량 급감했다. 2년 전 이용객 수가 100명이었다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 이후엔 3명에 불과한 셈이다. 이처럼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공항 내 입점 매장 모두 1년 넘게 매출 절벽 사태에 빠져있고 관련 종사자도 신음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 모습./사진=지용준 기자
인천국제공항 주기장 모습./사진=지용준 기자

지쳐가는 공항 직원과 입점업체

인천공항 상황은 말 그대로 참담함 그 자체다. 제1터미널 지상 주차장은 빈자리가 훨씬 더 많았다. 1년 반 전만 해도 주차할 곳 없어 불법 사설 주차시설을 이용해야만 했던 기억이 아득할 정도다. 인천공항 주차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C씨는 “이런 상황이 1년 넘게 지속되다 보니 자동차만 봐도 기쁠 정도”라며 “하루가 너무 길다”고 하소연했다.

1층 입국장 역시 공항 직원 외에는 관광객을 맞이하려는 여행사 직원들조차 볼 수 없다. 심지어 공항을 오가는 리무진 버스도 구경하기 어렵다. 안내데스크 직원 A씨는 “국가 간 이동제한 등으로 입국객 수도 95% 이상 줄었고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입국장에선 B, E 게이트로만 나올 수 있다”며 “요일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여객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출국장 상황도 비슷했다. 대다수 체크인 카운터는 텅 비어 있었고 출국장 대기열은 일부 중국인이 채웠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모두 본국으로 떠나는 사람들”이라며 “관광객이 아니라 대부분 한국에서 터를 잡고 있다가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내 시설 모습./사진=지용준 기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내 시설 모습./사진=지용준 기자

코로나19 발생 이전엔 이용객으로 북적였을 식당가와 면세점, 환전소, 여행자보험 카운터 등은 영업시간이었음에도 불이 꺼져 있었다. 이용객이 없으니 운영을 유지하는 의미도 없는 것이다. 심지어 임시 휴점에 들어간 지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한 식당 창문에는 가스공급중단통보와 우편물 도착 안내서만 가득 붙어있었다.

공항 약국 약사 D씨는 “지난해 1분기까지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전 세계 각국이 격리를 시작하면서 인천공항이 삭막해졌다”며 “백신이 도입됐다곤 하지만 정상화에 대한 기약 없는 기다림에 이미 지친 상태”라고 푸념했다.

인천공항서 돈 버는 유일한 곳? 공항 땅 빌려 운영하는 골프장

인천공항 땅을 빌려 운영하는 ‘스카이72’ 골프장 상황은 공항 내부와는 정반대다.

스카이72에 따르면 5월1일부터 10일까지 열흘 동안 스카이72 내장객 수는 약 1만2000명. 하루 평균 1200명이 다녀간 셈이다. 낮 12시쯤 찾은 스카이72 하늘코스 주차장은 만차였다. 주차 자리를 찾던 차와 골프장에서 나가려는 차의 접촉사고도 목격했다. 클럽하우스는 티업(시작 시간)을 기다리는 이용객으로 가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공항은 죽을 쑤고 있지만 유독 골프장만은 미어터질 지경이다. 해외 원정 골프 길이 막히자 그 수요가 국내 골프장으로 몰려들어서다. 골프에 대한 2030세대의 관심이 높아진 영향도 크다.

스카이72 골프클럽 하늘코스 주차장과 그라운드 모습./사진=지용준 기자
스카이72 골프클럽 하늘코스 주차장과 그라운드 모습./사진=지용준 기자

실제 스카이72에서도 20대로 보이는 이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커플로 짝을 지어 온 젊은이들도 상당했다.
이처럼 골프 수요가 급증하자 골프장이 배짱영업을 한다는 지적이 많다. 수요가 공급을 한참 초과하는 불균형으로 이용료(그린피 등)가 조정될 수는 있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회원제 골프장보다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의 가격 인상 정도가 심하다. 파주 등 경기 북부권의 대중제 골프장은 코로나19 발생 전 15만~17만원이던 그린피를 27만~29만원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폭리를 취하고 있다.

그나마 스카이72는 인상률이 낮은 편이다. 기존 그린피가 워낙 비쌌던 탓이다. 스카이72 하늘코스 그린피는 주말 1인당 최대 27만9000원이다. 카트피와 캐디피는 각각 9만원과 13만원으로 정찰제다. 라운딩 한 번에 식사비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지불해야 할 비용이 1인당 33만4000원에 이른다.

이날 스카이72에서 만난 한 방문객은 “원하는 시간대에 골프를 치려면 과도할 정도로 많은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이용객은 “회원제 골프장보다 그린피가 비싼 대중제 골프장도 많다”며 “대중제 골프장은 세금 감면 혜택까지 받으면서도 가격 인상 제한은 두지 않은 게 문제”라고 토로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인천공항-스카이72 닮은꼴 ‘김포공항-인서울27’

이 같은 현상은 김포공항과 인서울27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인서울27은 한국공항공사가 김포공항 인근 부지를 민간업자에 장기 임대해 조성된 대중제 골프장이다.

최근 김포공항은 제주로 향하는 국내선 여객 수요가 크게 늘면서 코로나19 여파에서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직접 방문해보니 김포공항 국내선 주차장까지 진입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김포공항 내부는 상황이 더해 ‘시장바닥’이란 표현도 나온다. 국제선은 간간이 운행되는 무착륙 관광비행을 제외하곤 여전히 셧다운 상태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제선 운영은 전부 인천공항으로 이관해서다.

반면 인서울27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해 매출 181억원을 올릴 만큼 잘 자리를 잡았다. 비교적 늦은 시간대였지만 골프장 입구에서 바라본 홀에는 서너 팀이 여전히 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그린피 가격도 스카이72와 비슷한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