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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1(NS1)을 통한 가스공급을 더욱 줄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는 국영 가스업체 가즈프롬이 NS1을 통해 독일 등 유럽으로 공급하는 가스양을 오는 27일부터 기존 대비 20% 수준으로 감소하겠다고 선언했다. 가즈프롬은 오는 27일 오전 4시를 기해 일일 가스 공급량을 하루 3300만입방미터로 제한한다. 당초 NS1은 연간 550억입방미터를 공급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하루 1억5000만입방미터 수준이다.
앞서 러시아는 가스관 터빈이 반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일 공급량을 6000만입방미터 수준으로 제한했는데 이를 또다시 절반 수준으로 줄인 것이다.
이에 독일은 강력 반발했다. 이날 러시아가 발표한 기술적 결함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독일 측은 러시아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서방세계의 제재가 이어지자 경제적 보복조치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터빈의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독일 엔지니어링 기업 지멘스도 "터빈과 가스 공급 감축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표준 선도가격으로 여겨지는 네덜란드 TTF 거래소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NS1 공급축소 내용이 발표되자 이날 9.95% 상승한 가격으로 장을 마쳤다. 유럽연합(EU)은 에너지 협박에 의존하는 러시아를 반복해서 비난했다. 유럽 정치인들은 러시아가 올겨울까지 가스 공급을 제한할 것이라며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독일 등 유럽 소비자들에게 고물가·고유가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NS1 공급 축소에 따라 러시아 가스에 의존했던 독일이 긴장하고 있다. 지난 18일 러시아 최대 가스수입업체 유니퍼는 러시아가 지난달 가스공급을 차단하자 다른 공급원에서 더 높은 가격으로 가스를 구매해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독일에서 구제금융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결국 독일 당국은 칼을 빼들어 지난 22일 유니퍼에 150억달러(약 19조65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 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금으로 유니퍼 최대주주 핀란드 에너지기업 포르툼의 지분 3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도 지난 25일 독일 방송매체 ARD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의 심각한 전력 상황을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며 "독일이 가스 소비를 15~20% 줄여야 한다"고 자국민에게 당부했다.
앞서 독일 의회는 가스 공급이 급감할 것에 대비해 대체에너지 확보에 나섰다. 지난 8일 독일 의회는 석탄 화력발전소 재가동을 허용하는 비상 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겨울엔 석탄 수요가 클 것으로 예측돼 비축량이 수요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