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했다면 무효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이 재차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사가 B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사는 2014년 B사에 수산물담보대출상품 등의 이용자를 알선하고 B사가 A사에 대출업무 중 일부를 위탁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A사는 2015∼2016년 업체들을 알선하면서 B사 요구에 따라 대출 연대보증인란에 기명·날인까지 한편 대출약정 담보물을 평가해 보증서도 작성·제출했다.

이후 대출 이용자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B사는 계약에 따라 A사에 대출원리금 대위변제와 담보물 인수를 요구했다. 이에 A사는 대출원금·이자 합계 약 10억7300만원을 대위변제했고, 창고보관료 약 1억5800만원을 지급했다. 대출약정과 관련한 담보물도 처분했다.

A사는 "B사가 받은 대위변제 원리금과 우리 회사가 부담한 창고보관료는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며 약 6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을 뒤집고 A사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경제력 차이로 인해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업자가 지위를 이용해 자기는 부당한 이득을 얻고 상대방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은 민법 103조에 따라 무효로 된다.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다.

A사는 2014년 설립 당시부터 자본금이 1000만원에 불과한 반면 1997년 설립된 B사는 2009년부터 자본금이 약 453억원에 달했다.

대법원은 "대출 이용자가 채무를 갚지 않으면서 채권 회수가 어려워지는 위험은 원칙적으로 B사가 부담해야 한다"며 "A사가 이를 부담해야 한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A사가 추가적 대가나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지 않은 상태에서 담보 검수·평가 등 자신의 고의·과실과 무관한 요인으로 인한 B사 손해까지 메울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고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보증 약정으로 A사는 부당하게 과도한 부담을 지게된 반면 B사는 부당하게 과도한 이득을 얻게 됐다"며 "두 회사 사이에 거래관계가 위와 같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존속기간, 경제력 등에 현격한 차이가 있고 B사가 A사보다 상당히 우월한 지위에 있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