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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한 날 키이우를 깜짝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자회견을 갖고 “전후 재건 사업의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리고 밝히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와 평화 협상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3일 실시된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먼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나가야 한다"며 푸틴 대통령이 말하는 휴전은 "신뢰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그는 지난 21일 푸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모스크바에서 회담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가 아직 완전히 고립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에 평화 교섭을 촉구하는 중국의 '12가지 제안'에 대해서는 "주권과 영토의 일체성을 존중하는 게 우선"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중재 제안이나 회담 요청은 받지 않았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제시한 평화안에 대한 협력과 정상회담 의사를 중국에 외교적 경로로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바흐무트 등 동부 최전선의 전황과 관련해서는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그 이유를 탄약 부족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매일 우크라이나군의 3배에 달하는 탄약을 발사하고 있으며, "우리(우크라이나)는 파트너 국가들로부터 탄약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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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 방문한 가운데 한 병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병사들을 "영웅"이라 칭하며 훈장을 수여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황 타개를 위한 병력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공세를 개시할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시작할 수 없다. 전차와 대포,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가 없으면 용감한 병사들을 전선으로 내보낼 수 없다"며 무기 부족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그는 "정치적인 의지만 있다면 우리를 지원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전쟁 중이고 기다릴 수 없다"며 서방 국가들의 지원 가속화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자국의 독립과 안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며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등 공통의 가치를 보유한 자유주의 국가들의 결속을 주장했다.
이날 요미우리 인터뷰는 그가 남부 헤르손을 시찰한 뒤에 키이우로 돌아오는 전용 열차 안에서 이뤄졌다.
요미우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도 한 모금 마시지 않고 58분 동안 쉴새없이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대통령 전용 열차의 외관은 일반 승객들이 이용하는 열차와 같은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타고 있는 줄 모르고 열차가 잠시 정차한 사이 호객꾼이 다가온 일도 있었다. 요미우리는 인터뷰 장소와 시간이 직전에 몇 차레 변경됐다면서 수많은 암살 시도를 극복한 그의 경호가 매우 엄격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