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의회가 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SK E&S와 호주 에너지 기업 산토스의 바로사 가스전 사업이 위기를 맞았다. 사진은 바로사 가스전 모습. /사진=SK E&S 제공
호주 의회가 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SK E&S와 호주 에너지 기업 산토스의 바로사 가스전 사업이 위기를 맞았다. 사진은 바로사 가스전 모습. /사진=SK E&S 제공

SK E&S와 호주 에너지 기업 산토스 등이 추진하고 있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이 난관에 부딪혔다. 호주 의회가 신규 가스전 사업에 대한 탄소 배출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탓이다. 현지 원주민들과의 협의도 이뤄지지 않아 사업 속도가 늦춰질 전망이다.

29일 호주 환경단체 노던 준주 환경센터(ECNT) 등에 따르면 호주 의회는 녹색당 주도로 '세이프가드 메커니즘'(Safeguard Mechanism) 개정안 내용을 합의했다. 바로사 가스전을 포함한 모든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사업은 사업 첫날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로 맞춰야 하는 게 골자다. 전체 탄소 배출량의 30% 이상을 상쇄할 계획이 있는 기업은 당국에 타당성을 입증해야 하기도 한다. 법안은 이번 주 중 상원 표결에 부쳐질 예정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바로사 가스전 사업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넷제로 달성을 위해 탄소 배출을 상쇄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ECNT는 바로사 가스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연간 최대 543만톤)를 상쇄하기 위해 매년 1억9800만달러(약 257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SK E&S는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대해 2021년 3월 "CCS 기술을 적용,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액화천연가스'(CO₂ free LNG)를 생산하고 청정수소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홍보하며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논란을 받았다. 홍보한 내용과 달리 탄소배출이 발생할 것이란 지적이 이어지면서다. SK E&S는 'CO₂ free LNG' 명칭이 논란되자 기존 홍보자료에 있던 표현을 '저탄소 LNG'로 수정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원주민과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됐다. 사업장 인근 티위 제도 원주민들은 "바로사 가스전 사업 시추 허가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지난해 6월 호주 법원에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현지 법률에 따라 가스전 사업자는 티위 제도 원주민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현지 법원은 1심에서 원주민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해 9월 시추 인허가 무효 결정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 인허가 무효 결정을 재확인하는 판결을 지난해 12월 내렸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티위섬 원주민들의 존재와 원주민들이 티위섬, 주변 바다, 해양 자원들과 전통적으로 맺어온 연관성을 알고 있음에도 그들과 협의해야 할 의무를 저버렸다"고 밝혔다.

SK E&S와 산토스는 법원 권고에 따라 원주민들과 협의 보완 작업을 수행하는 중이다.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원주민들과의 협의를 마치고 시추를 재개할 방침이다. 바로사 가스전 가동은 오는 2025년으로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