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 먹는 비둘기 무서워요"… 쓰레기 넘치는 서울 길거리 [Z시세]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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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쓰레기가 버스 정류장과 길거리에 방치돼 도시 미관을 해치고 악취를 풍기고 있다. 사진은 지난 24일 마포구 버스 정류장(왼쪽)과 중구 명동 길거리. /사진=정원기 기자
"버스정류장에 테이크아웃 커피 컵을 버린 적이 많아요."
"거리에 쓰레기통이 없으니 너무 지저분해요."

지난 24일 오후 광화문 일대를 걷는 기자의 눈에 비친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시선을 휴대폰에 고정한 채 걸어가는 사람,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발길을 재촉하는 사람 등. 그런데 다 마신 테이크아웃 커피컵이나 음료수병, 비닐봉지 등 쓰레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도 많았다. 마땅히 버릴 곳이 없어서다.

길거리에서 쓰레기통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도시 미관과 생활쓰레기 무단 투기 문제 등으로 자취를 감춘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길거리 곳곳에 쓰레기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머니S가 시민들을 만나봤다.


"커피 다 마셨는데 컵은 어디에 버려요?"


일회용 컵을 들고 시내버스를 탈 수 없어 길거리에 두고 가는 사례가 늘고있다. 사진은 지난 24일 종로구 버스정류장에 쌓인 일회용 컵(왼쪽)과 중구 명동 길거리. /사진=정원기 기자
목적지에 가기 위해 들르는 버스정류장은 의도치 않게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가 돼 버렸다. 서울 종로구 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강모씨(20대·여성)는 "버스정류장엔 두 존재가 있다"며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과 그들이 두고 간 쓰레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구석진 곳이나 의자 옆에 쓰레기가 쌓여 있는 것을 자주 본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장인 이모씨(20대·여성)는 "버스를 기다릴 때 무심코 아래를 봤더니 내용물이 든 컵라면이 널브러져 있었다"며 "비둘기가 주위를 맴돌며 먹고 있어 기겁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둘기가 파닥파닥 날갯짓을 해 무섭고 불쾌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직장인은 출·퇴근, 학생은 등·하교하기 위해 버스정류장을 찾을 것"이라며 "하루의 시작과 끝을 쓰레기와 함께하니 기분이 썩 좋지 않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버스정류장 쓰레기 투기 문제는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들고 시내버스를 탈 수 없게 되면서 심화됐다. 서울시는 지난 2018년 1월부터 '서울시 시내버스 재정지원·안전 운행기준에 관한 조례'의 일부를 개정, 시내버스 내 음식물 반입 제한을 시행하고 있다.


커피를 즐겨 마신다는 박모씨(20대·여성)는 "날씨가 더워져서 시원한 음료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자주 마신다"며 "이동하면서 마시기 위해 주로 테이크아웃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음료를 들고 버스에 타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주위에 버릴 곳이 없어 버스 타기 직전에 쓰레기를 버린 경험이 몇 번 있다"고 설명했다.


관광지, 쓰레기 천지… 일본인 "日 거리는 깨끗해"


명동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일본도 거리에 쓰레기통이 많지 않지만 깨끗하게 유지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5일 일본 요코하마 버스 정류장 일대. /사진=독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선언으로 해외 관광객의 발길이 늘고 있다. 지난 24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명동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눈에 띄었다.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는 일본인 A씨(여·20대)는 "드라마 속 한국은 깨끗한 이미지였는데 생각보다 거리에 쓰레기가 많아 놀랐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거리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쓰레기통이 별로 없다"며 "하지만 길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A씨는 "(일본에서는) 편의점 밖이나 안에 비치된 쓰레기통에 버린다"며 "쓰레기가 있으면 편의점에 들러 버린다"고 부연했다. 편의점 점원이 싫어할 수도 있지만 일본인 모두 그렇게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다른 일본인 B씨는 "기본적으로 자판기 옆에 쓰레기통이 있다"며 "거기에 플라스틱 컵 등을 버린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는 다른 가게에 들어가기 전에 마시던 음료를 밖에 두고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밖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3년만에 한국에 놀러 왔다는 중국인 C씨는 "예전과 거리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한국과 중국의 길거리는 비슷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길거리에 쓰레기통이 있어도 대부분 관리가 안 된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쓰레기통 왜 사라졌나… '이색 쓰레기통' 눈길


빨대와 컵 뚜껑 등 커피컵 모양을 한 이색 쓰레기통이 시민의 재활용품 분리 배출 참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강남역 일대에 설치된 '서리풀컵'. /사진=정원기 기자
길거리에서 쓰레기통이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쓰레기 배출량이 늘어나서다. 서울 시민이 배출하는 일일 평균 쓰레기양은 지난 2018년 4만6188톤에서 2020년 5만1887톤으로 증가했다. 생활쓰레기를 들고 나와 배출하는 '얌체족'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가 시행되면서 가정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 같은 이유로 서울 시내 쓰레기통은 감소 추세다. ▲2018년 6542개 ▲2019년 6940개 ▲2020년 6242개 ▲2021년 5613개 ▲2022년 4956개로 최근 5년 동안 1586개 줄었다.

그 결과 관련 민원이 늘었다. 서울시 한 자치구 복지정책 담당자는 "코로나19 엔데믹이 본격화되고 날씨가 좋아지면서 시민의 야외활동이 늘어났다"며 "이에 거리 쓰레기통 설치·이동·수리 등 관련 민원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자치구의 거리 쓰레기통 불편 민원은 ▲2021년 21건 ▲2022년 25건 ▲2023년 1~5월 18건으로 나타났다. 이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 평균 23건이 발생했지만 올해 상반기가 지나지 않은 시점에 벌써 18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서울시는 버스정류장과 유동인구 밀집지역 위주로 가로 쓰레기통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생활환경과 도시청결팀 관계자는 "무단투기 예방과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유동인구 밀집지역 위주로 가로 쓰레기통의 설치를 자치구에 적극 권장했다"며 "이에 따른 예산도 편성해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치구가 지역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설치·관리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다만 가로 쓰레기통이 늘어날지에 대해선 확답을 피했다. 그는 "생활폐기물 처리 등은 자치구의 고유 업무"라며 "가로 쓰레기통을 추가 설치해도 노후된 가로 쓰레기통 교체·철거 등에 따라 늘거나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는 특색 있는 쓰레기통을 설치하는 자치구를 지원할 뜻도 밝혔다. 재활용품 분리 배출을 높여 얌체족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자치구 중에는 올바른 쓰레기 배출을 위해 특색 있는 쓰레기통을 설치한 사례가 있다"며 "도심 가로에 설치하는 쓰레기통의 디자인은 도시미관과 조화, 안전성, 관리 편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색 쓰레기통은 서초구에 설치된 '서리풀컵'이 대표적이다. 서리풀컵은 재활용품 분리 배출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빨대와 컵 뚜껑 등 커피컵 모양을 하고 있다 . 플라스틱과 비닐, 병·캔류를 버릴 수 있다.

시민들은 "쓰레기통 모양이 직관적이라 분리수거에 효과적"이라고 호평했다. 한 시민은 "디자인이 예쁘다"며 "일회용 컵 모양이어서 재활용 쓰레기 배출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쓰레기통을 생각하면 더럽고 지저분한 이미지인데 커피 컵 모양은 깨끗한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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