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 빚으로 연명한 사장님들… 부실 폭탄 '째깍째깍'
② "아프니까 사장이다"… 벼랑 끝의 자영업자
③ "힘들 때 우산 씌워준다"… 소상공인 금융지원 늘리는 은행권
④ 윤석열 '1호 공약' 소상공인 살리기 금융정책 뭐 있나


17일 오후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중고 주방물품들이 쌓여있다. /사진=뉴스1
17일 오후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중고 주방물품들이 쌓여있다. /사진=뉴스1

#. 2018년부터 경기도 용인시의 대학 상권에서 PC방과 카페를 운영해오던 서모(39)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작된 2020년 카페를 폐업한 데 이어 최근 PC방도 문을 닫았다. 캐피탈 대출을 통해 운영 자금을 조달해왔지만 이자 연체로 가산 이자가 붙는 등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서씨는 "월 1000만원의 매출은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부터 월 400만원대로 쪼그라들었다"며 "임대료를 포함한 고정 비용이 월 600만원으로 매출을 초과해 결국 폐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캐피탈사의 연 이자율이 13%로 매우 높아 제때 갚지 못하면서 상환 부담이 가중됐다"며 "소상공인 채무를 조정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데 신청자가 많고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채무조정을)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 경기도 수원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박모(40)씨는 '빚 돌려막기'를 통해 간신히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2%대의 금리를 적용받는 소상공인대출은 물론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마이너스 통장 등 다중채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박씨는 "소상공인대출을 받으면 폐업하고 싶어도 해당 대출금을 상환해야만 가능해서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이어간다"며 "학자금대출 상환 유예 방식처럼 대출 유예기간을 선택해 갚아나갈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2곳의 편의점을 운영하던 김모(50)씨는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매장 1곳의 문을 닫았다. 김씨는 "매달 인건비 등 고정비가 나가는 상황에서 매출은 줄고 대출 부담은 나날이 커지면서 폐업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대출 1000조원…'빚 돌려막기' 위기

인건비와 월세, 대출 이자 등 각종 비용 부담에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깊어진다.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으로 사실상 일상으로의 복귀가 진행되고 있지만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코로나19 후유증에 시달린다.


코로나19 이전 684조원이던 자영업자 대출은 해마다 100조원 이상 늘었고 지난해 말 1000조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전보다 무려 49%나 증가한 셈이다.

소상공인들이 고충을 토로하는 이유는 금리인상으로 대출금 상환 부담이 커져서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1년 반 동안 총 10여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0%에서 3.50%로 3.00%포인트 인상했다.

소상공인 대출 이자 상환에 등골 휜다

지난 3월 소상공인연합회가 1430명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상공인 금융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대출 등 금융비용에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이 52.2%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임대료(16.7%) 원자재비(12.6%) 인건비(11.5%) 세금(3.6%) 기타(2.1%) 설비(1.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대출 현황 관련 애로사항으론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 39.8% ▲'대출 한도 제한에 따른 추가 대출 불가' 36.2% ▲'복잡한 대출 절차 및 구비서류' 11.2% 등으로 파악됐다. 현재 대출 잔액(부채액) 유무에 대해선 97.4%가 '그렇다'고 응답했고 대출 유경험자의 63.4%가 1년 전과 비교해 대출 잔액(부채액)이 '늘었다'고 했다. 제1금융권에 보유한 대출 잔액의 최고 금리는 '5%대'가 20.8%로 가장 높게 조사됐고 ▲6%대 18.6% ▲4%대 12.3% 등이었다. 제2금융권에 보유한 대출 잔액의 최고 금리를 묻는 물음엔 ▲10% 미만 52.7% ▲15% 이상 27.3% ▲10% 이상~15% 미만 19.9% 등으로 조사됐다.

관련 단체들은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백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장. /사진=장동규 기자
이상백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장. /사진=장동규 기자

이상백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상공인들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금리 부담을 낮춰주고 대출 거치 기간(이자만 납부하는 기간)을 늘려주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출 만기연장이나 저금리 대환(갈아타기) 대출 프로그램 등 문턱을 낮춘 소상공인 맞춤형 대책 마련이 절실한 때라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소상공인에 대한 금리 부담 완화는 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은행 등 금융기관의 자발적인 금리 인하 등 사회적 책임도 동반돼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가장 필요로 하는 소상공인 금융지원 정책으론 응답자의 47.8%가 '소상공인 대상 정책자금 대출 시행'이라고 했다. 이어 15.2%는 '대환대출 대상을 사업운용자금 입증시 개인대출로 무제한 확대'를, 14.4%는 '기대출 상환유예 및 만기연장'이라고 각각 답변했다.

정부도 소상공인의 대출 부담이 심각해지자 대응에 나섰지만 올 하반기 빚 폭탄이 예고되면서 추가 지원 등 선제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시행된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상환 유예가 9월 종료되는데 대출 규모가 워낙 큰 데다 빚 갚을 능력이 취약한 상태여서 추가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규모 연체가 현실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는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 이후 방역조치로 소상공인·중소기업의 피해가 커지자 수차례 대출 원금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을 유예했다. 지난해 9월엔 대출 만기를 최장 3년간 연장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자 상환 유예는 최장 1년간 다시 미뤘다. 오는 9월이면 이자 상환 유예 대상자들에 대한 금융지원이 종료된다.

이 회장은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3고 현상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맞춤형 정책으로 지원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며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분석하고 그에 따른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