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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부진 여파로 올해 1분기 실적 악화를 겪은 석화업계가 2분기에는 실적 개선에 성공할 전망이다. 석유화학 사업은 반등이 힘들겠지만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에서의 성과가 예상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업체들의 석유화학 사업 부문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이 여전하다. 지난 3월 중국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를 기점으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본격화돼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으나 극적인 반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주요국들의 금리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탓이다.
석유화학 사업의 수익을 결정짓는 에틸렌 스프레드(제품가-원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를 보면 지난 2일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당 256.8달러로 손익분기점(300달러 안팎)을 밑돌았다. 지난 1월20일 톤당 29.6달러를 기록한 뒤 지난달 5일 286.5달러까지 상승하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는 중이다. 전방산업 수요가 줄자 석유화학 제품 기초원료인 에틸렌의 가치가 떨어진 영향이다.
주요 석화업체들은 업황 부진에도 신사업에서 수익성을 챙겨 실적 개선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LG화학은 올 2분기 매출 15조8420억원, 영업이익 8969억원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8.6%, 영업이익은 2.1% 확대다. 롯데케미칼은 매출 5조6029억원, 영업이익 781억원을 거두며 같은 기간 매출은 1.7% 늘고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
LG화학 실적 개선 배경에는 첨단소재 부문이 있다. LG화학 첨단소재 부문은 배터리 원가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판매한다. LG화학은 올 1분기에도 양극재 출하 확대에 성공, 매출 상승과 수익성 개선을 이뤘다.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도 LG화학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70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이 기대된다.
롯데케미칼 실적 상승은 배터리 핵심소재인 동박을 주로 만드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영향이라는 평가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 3월 롯데케미칼 자회사로 편입, 올 2분기부터 롯데케미칼 실적에 본격 반영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달 해외에 10년 동안 이차전지용 동박을 공급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경영상 비밀 유지를 이유로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장기 계약인 만큼 대규모 수주일 것이란 의견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 석유화학 시황이 바닥을 찍고 곧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데 한동안 불황이 지속할 것이란 게 지배적인 시각"이라며 "석유화학 사업 부진을 신사업으로 만회할 수 있는 기업들이 실적 개선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