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맥스카드는 굴비카드인가요? 반굴비 카드인가요?" (ant_h*****)

"스타맥스카드는 엄밀히 따지면 반굴비죠. 그러나 굴비라고 해도 무방할 듯합니다."(a_del***)



재테크 게시판에 가면 흔히 접할 수 있는 카드 관련 문의다.



도대체 수산시장도 아닌데 난데없이 웬 굴비 타령?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지만 '굴비 엮기'는 카드 체리피커(신포도는 먹지 않고 단맛 나는 체리만 좋아한다는 뜻)들에게 널리 통용되는 은어. 카드들을 굴비처럼 줄줄이 엮어 사용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수법이다.



이뿐 아니다. 짤짤이, 나누미, 해지 신공…. 재테크라는 무림(武林)에서 고수(?)들의 활약상은 실로 눈이 부실 지경. 그러나 카드사의 역공 또한 만만찮다. 벌써 짤짤이 같은 일부 수법 등은 강력한 소통 작전으로 자취를 감춘 상태다.



'뛰는 체리피커 위에 나는 카드사(?)'. 그러나 그들의 못 말리는 두뇌 게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전설의 카드 신공, 그 역사 속으로



"짤짤이를 아세요?"



짤짤이는 카드의 사용 실적이란 장애물을 뛰어넘는 수법이었다.



'전설의 체리피커' 카드 신공 엄청나네
몇해 전부터 대부분의 카드는 월 10만 이상의 최소 실적을 쌓아야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드 이용은 하지 않으면서 혜택만 쏙쏙 뽑아먹는 체리피커를 견제하는 것. 그러나 체리피커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돈 한푼 안 들이고 실적 쌓기'로 짤짤이라는 수법을 애용했다. 단 이 수법은 비씨카드에서만 통했다.



1단계, 비씨카드 홈페이지에서 비씨 '탑 포인트'를 카드로 결제해 A카드에 사용 실적을 쌓는다. 2단계, 비씨카드의 B체크카드로 탑 포인트를 캐시백 요청한다.



그러면 통장에 다시 현금으로 들어오기에 간단히 성공. 그러나 비씨카드는 '짤짤이' 논란이 불거진 후 탑 포인트를 사는 데 카드를 구매하면 그 결제액은 사용 실적에서 제외도록 규정을 바꿨다.



비씨카드의 '나누미 서비스'도 체리피커로 인해 한때 수난을 겪었다.



나누미 서비스는 이름처럼 카드 결제액을 나눈다는 뜻. 이 서비스는 한명이 대표로 결제한 뒤 결제한 금액을 나중에 최대 20명까지 여러 사람이 나눠 낼 수 있는 제도. 망년회 등에서 '더치페이'하기에 유용한 서비스였다.



그러나 체리피커는 이 서비스를 본인의 여러 카드로 나누며 중복 혜택을 누렸다. 이를테면 패밀리레스토랑에서 20% 할인이 되는 C카드로 결제한 뒤, 가맹점에서 5% 적립이 되는 D카드로 나누미 서비스를 신청하면 '20%할인+ (분담 신청한 금액에 대한) 5% 적립'의 이중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비씨카드는 이런 이중 혜택을 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근 나누미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이 카드사의 관계자는 "체리피커로 인해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이 올라가면 일반 선의의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차단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지 신공'은 말 그대로 '카드 해지'를 무기로 고객이 연회비 면제 등을 요구하는 것. 그야말로 부당한 요구이므로 카드사에서도 이를 거절함으로 힘을 잃었다.



◆체리? 아니 "굴비가 좋아"



그렇다면 체리피커들이 카드사의 강력한 소탕 의지로 인해 모두 전멸했을까?



요즘 체리피커들의 주 공략 대상은 KB카드다. 굴비 엮기가 가능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KB카드는 기본 연회비를 카드별이 아닌 회원별로 부과한다. 가장 높은 등급(플래티늄이나 골드 등)의 기본 연회비를 내면 그보다 낮거나 같은 등급의 카드는 연회비를 면제 받는다. 따라서 높은 등급의 카드 연회비 면제 조건만 충족한다면 돈 한푼 안 내고 여러 장의 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다.



KB카드는 실적 합산 방식도 다른 은행이나 카드사와 달리 회원별 통합 집계한다. E카드를 월 10만원 쓰고, F카드를 월 20만원 사용하면 E+F를 합쳐 모두 30만원으로 처리된다. 따라서 실적에 따른 카드의 할인과 적립 혜택을 누리기에 유리하다.



체리피커는 이를 이용해 카드를 굴비처럼 엮어서 각종 쇼핑ㆍ주유ㆍ레저 등의 할인 및 적립 등 부가서비스를 쏙쏙 빼먹는다.



작전도 매우 치밀하다. 우선 연회비 면제용 카드를 만든다. KB 이마트카드나 KB C카드 등이 주요 공략 대상이 된다. 각각 이마트나 CJ오쇼핑 등에서 단 한번만 사용해도 연회비를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연회비 면제 조건이 충족된 뒤에야 진짜 찜해 둔 주력 카드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할인과 적립 혜택을 챙긴다.



보조 카드로 굴비를 엮을 때도 신중을 기한다. 굴비(KB카드의 실적이 통합 집계되는 카드), 반굴비(KT메가플러스 KB카드처럼 해당 특정 카드의 실적만 인정하는 카드)를 꼼꼼하게 구분해 엮는다.



KB카드는 현재 이러한 굴비 엮기에 대한 차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스윗하트(Sweet Heart)카드 등 일부 신상품 카드는 기본 연회비가 아닌 상품 연회비라는 새로운 연회비를 도입해 굴비 엮기가 불가능하다.



◆얄밉지만, 카계부 쓰기 도전?



'넌 가계부 쓰니? 난 카계부도 쓰는데!"



주부 최연희(37) 씨는 최근 체리피커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카계부(신용카드 가계부) 쓰기에 동참했다.



최씨는 "여러장의 카드를 쓰다보면 정확히 얼마를 썼는지 모르고 있다가 결제일에야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은데, 카계부를 쓰면 한눈에 보이니까 최저 사용액 목표치를 계산하기에 편리하다"고 말했다.



최씨의 한달 평균 카드 사용액은 약 100만원. 모두 4장의 카드를 보유한 그는 한 카드만으로 100만원을 다 쓰지 않고, 카드별로 금액을 분산해 저마다 다른 카드별 특화 혜택을 긁어모은다.



예컨대 놀이공원 무료입장 혜택을 받기 위해 월 20만원 이상 써야 한다면 20만원 목표치를 채우고 나면, 나머지는 다른 특화 카드에 실적 쌓기에 활용한다.



이렇게 카계부까지 써가며 혜택을 챙기는 너무도 알뜰한 체리피커들에 대해 한 카드사 관계자는 "체리피커들이 할인 받는 금액을 카드사는 해당 가맹점에 꼬박꼬박 현금으로 채워주고 있다"며 "그렇게 혜택만 빼먹으면 카드사의 존재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고 야속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지나친 체리피킹은 문제이지만, 카드별 장단점을 정확히 알고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요구할 줄 아는 고객이라면 맹목적으로 한 카드만 고집하는 충성파보다 오히려 올바른 카드 문화 정착에 도움이 되는 알짜 고객"이라고 했다.



  카계부 쓰기 이렇게!



1. 카드 영수증을 매일 정리해 사용한 날짜와 금액 등을 기록한다.

2. 카드마다 부가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최저 사용액 목표치를 적어놓는다.

3. 지갑에는 카드별 할인(적립) 가맹점, 조건을 메모해 붙여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