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집창촌 밀집지역으로 알려진 청량리 588의 번지수는 대부분 전농동 620번지다. 지난해 11월 동대문구가 도로 확장을 위해 전농동 588번지 77개 성매매업소에 대해 철거를 진행했다. 남은 성매매업소 80여곳 중 588번지에 위치한 성매매업소는 10곳 남짓이다. 그나마 속칭 ‘유리방’에서 영업하는 곳은 불과 두세개 업소에 지나지 않는다. 청량리 588 대신 청량리 620으로 불려야 할 처지다.
카드결제 역시 청량리 집창촌에서 자취를 감춘 것 중 하나다. 예전에도 업주들은 소득 노출을 우려해 현금결제를 선호했다. 그래도 간간히 카드 손님을 받았는데 최근에는 일절 받지 않는다. 성매수자들 역시 카드결제가 성매매행위의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카드를 커내지 않는다.
카드 사용을 극도로 기피하는 분위기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강자 당시 종암경찰서장이 주도한 이른바 성전(性戰)의 여파는 이곳을 불 꺼진 홍등가로 만들었다. 무차별 단속에 몸을 사리던 업주들 사이에서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6년 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카드 사용은 용감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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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창촌 입구에는 이곳이 집창촌임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문구가 있다. ‘청소년 통행금지’ 경고 표시다. 청량리 588 역시 집창촌으로 진입하는 골목마다 레드존을 알리는 표지판이 걸려있다.
하지만 표지판 앞으로 지나가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오후 4시 교복을 입은 남고생 한 무리가 윤락여성을 곁눈질로 바라보며 유리방을 지나치고 있었다.
청량리 집창촌에서 반경 1km에 위치한 초·중·고등학교는 어림잡아 10여 곳. 초등학교도 두 곳이나 된다. 인근 주택가도 많아 등하교 시 지하철 청량리역이나 청량리 환승센터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집창촌을 가로지르는 길은 이들이 선호하는 지름길이다.
과거 동전이나 라이터로 유리창을 치며 하던 호객행위도 거의 사라졌다. 또 커튼 달린 윤락업소가 늘어난 것도 달라진 풍경이다. 모두 경찰이 수시로 이곳을 순찰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개발을 앞둔 집창촌의 대명사 청량리 588의 마지막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