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너무 재미있어 눈을 감으면 골프공이 아른거리고 책상에 깔린 푸른 천만 봐도 필드가 연상되는 사람, 틈만 나면 연습장으로 달려가 와이셔츠가 젖도록 클럽을 휘둘러대고는 땀을 식히느라 애를 먹는 사람, 부인과 아이들의 채널 요구를 무시하고 골프방송만 고집하는 사람, 인터넷으로 싸고 좋은 골프장을 찾아 부킹하는데 업무시간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 가정생활 포기하고 직장생활과 생업도 거의 포기한 사람.
골프 병이 든 거다. 즉 '골'병이 든 거다. 우리가 "미쳤다" "미치다"라고 말하면 어딘가에 도달했다는 것인데 골프에 미쳤다는 것은 멈춰야 할 정거장에 서지 못하고 훅 지나쳐서 어딘가에 도착해 버린 것이다. 한때 잠깐 미칠 수도 있고, 미쳐야 또 뭔가 이룰 수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도를 지나치면 병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골'병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애써 골프를 하기는 하는데 그것을 하기만 하면 돈 잃고, 사람 바보 되고, 하고 나면 어깨가 아팠다, 손목이 아팠다, 늑골이 돌아가면서 쑤시질 않나, 목이 뻐근하고 허리가 묵직하질 않나 하면 그것도 '골'병이 든 거다. 계속하자니 괴롭고, 안 하자니 그것 외에 사람들과 어울릴꺼리가 딱히 없고, 그래서 결국 마지못해 하자니 골치 아프다.
골프를 잘못하면 골병 든다. 넘쳐도 병이고 모자라도 병이다. 몸과 마음을 넘나드는 이 병은 자발적으로 뛰어들기도 하고, 마지못해 끌려들어가 병이 되기도 한다. 보균자 근처를 얼씬거리다 감염되기도 할 만큼 '골'병은 전염성이 강할 뿐 아니라 한번 걸리면 증세도 심하게 아프고 시리다.
한번 감염되면 쉬 낫기 힘든 이 병을 예방하는 방법은 ▶자신의 경제적·시간적 형편에 맞는 목표스코어를 정확히 하는 것(일반 직장인은 100타, 임직원돚자영업자들은 보기 플레이 정도) ▶골프가 스코어링 게임임을 잊지 않는 것(골프를 비거리 대회나 멋진 폼 대회라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 감염자가 많다) ▶보균자다 싶은 사람은 가능한 한 멀리하고 '행복골프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과 자주 어울리는 것이다. 물론 스스로 행복골프를 하고 있다고 떠벌리는 사람도 자세히 살펴 보면 '골'병들어 있는 사람 많으니 '주관적 착각'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이미 골병이 들었다 생각되는 사람은 우선 골프를 좀 쉬어야 한다. 당장은 손이 떨린다든지 식욕이 떨어진다든지 하는 금단증상이 느껴질 수 있고, 약간의 소외감이나 우울증이 동반될 수도 있지만 잠시 지나가는 바람이다. 골프 안 하면 큰일 날 것처럼 얘기들 하지만 연평도에 포탄이 떨어져도 주가가 떨어지지 않는 걸 보면 세상에 큰일 날 일 없다. 이런저런 조언과 넘치는 정보와 임기응변으로 '누더기가 된 스윙'을 가만히 내려놓고, '내게 골프는 무엇인가?' ;왜 나는 골프를 하고 있는가?'를 다시 한번 물어야 한다.
어차피 겨울이다. 겨울은 골병으로부터 벗어나기 좋은 계절이다. 2011년의 화려한 봄을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
골프에 '골'병 들다
김헌의 행복꼴푸론
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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