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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년 안에 현대카드를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시키겠습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밝힌 포부다. 단순한 신용판매를 넘어 인공지능(AI) 플랫폼을 외부에 판매하는 '플랫폼형 금융사'로의 진화를 선언한 셈이다.
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최근 북미, 유럽, 중동 기업들에 AI 플랫폼 '유니버스(UNIVERSE)'의 공급을 논의 중이다.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마케팅을 제공하는 이 플랫폼은 내부적으로 기존 마케터 대비 최대 6배의 성과를 기록한 바 있다. 현대카드는 이미 3억 명 규모의 데이터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력을 입증했고 이번엔 이를 글로벌 수익 모델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유니버스는 기술 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카드업계에 진출했다. 일본 3대 카드사인 SMCC(스미토모 미쓰이 카드)는 6개월간의 검증을 거쳐 2024년 10월 유니버스를 도입했다. 마케팅은 물론 고객 상담·부정사용 감지·여신심사 등 다양한 분야에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전 세계 금융사 중 자체 AI 플랫폼을 외부에 공급해 상업적 성과를 낸 곳은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대부분의 금융사들은 AI를 내부 업무 개선에 국한해 사용하며 외부 판매로 연결한 사례는 드물다. 글로벌 IB(투자은행) HSBC 정도가 AI 기반 분석 툴을 일부 B2B(기업간 거래) 형태로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이 같은 성과는 10년 전부터 데이터와 디지털 전환에 투자해온 정태영 부회장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우리에게 디지털화는 선택이 아니었다"며 "회피했을 때의 고통이 훨씬 클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카드 전체 인력의 25%가 디지털 분야 종사자일 만큼 기술 인프라에 집중했다.
현대카드의 전략은 단순한 기술 기업화를 넘어선다. 정 부회장은 "디지털은 수단일 뿐 본질은 금융에 있다"며 "앞으로는 '금융 중심의 기술 전략'을 통해 균형 잡힌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