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알페온 e어시스트를 탑승한 동승자들은 한결같이 배기량부터 물었다. 부드러운 주행능력과 만족스런 가속력 때문인지 2400cc라고 믿기 힘든 눈치였다.
알페온 e어시스트는 하이브리드 차다. 기존 준중형이나 중형차에 적용되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처음으로 준대형에 적용했다. 알페온급 차량에 하이브리드가 적용됐다는 생각에 미치지 못해서인지 2.4리터의 성능에 놀라는 듯 했다.
그렇다고 알페온 e어시스트가 풀하이브리드 차량은 아니다. 17.6kw 전기모터는 2.4리터 SIDI(Spark Ignition Direct Injection) 가솔린 엔진의 보조동력으로 활용된다. 엔진에 많은 힘이 들어갈 때 전기모터가 도와주는 식이다. 엔진의 부족함을 전기모터가 채워준다는 것이 이 차의 매력이다.
◆연비 동급 최강, 정숙성은 여전
준대형에서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이 등장했다는 것은 고급차 시장에서도 연비 경쟁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실제 경쟁차종에 비해 알페온 e어시스트의 연비는 뛰어나다. 2012년형 그랜저와 K7의 공인연비가 12.8km/l, SM7이 11.0km/l인 반면 알페온 e어시스트의 공인연비는 14.1km다.
하이브리드가 적용되지 않은 알페온이 11.3km/l인 점을 고려하면 리터당 2.8km를 더 간다. 준대형급에서 현대기아차에 뒤처지는 연비를 e어시스트를 통해 극복한 셈이다.
알페온은 정숙성에 강점을 가진 차량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처음 알페온을 출시했을 때 실내 소음도를 흔히 도서관 소음(40dB)과 비교할 정도로 자신감을 뽐냈다. 정숙성의 대명사로 알려진 렉서스(42dB)에 비해서도 조용한 41dB이다.
이토록 조용한 실내를 구현한 것은 알페온이 자랑하는 콰이어트 튜닝 덕이다. 흡기 시스템, 냉각 시스템, 발전기 등 차량 주요부와 차체의 소음 발생 취약부를 분석해 대응한 설계가 콰이어트 튜닝이다.
기존 알페온의 정숙성에 제로에 가까운 모터 소음이 더해졌으니 e어시스트의 정숙성은 여전하다. 언제 모터의 도움을 받아 구동을 하고 있는 지 소리만 가지고는 판단하기 어렵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공기를 완전히 차단하면 적막감마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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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대형에 적합한 하이브리드 방식
운전석에 앉자 속도 계기판 하단에 위치한 에코 게이지가 눈에 들어온다. 바늘이 중간의 녹색 부분에 위치할수록 경제운전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계기판 중앙에는 동력 상태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를 확인할 수 있다. 모터의 힘을 빌리고 있는 지 혹은 모터에 동력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는 지 보여준다. 오른편에 RPM 수치를 나타내는 회전계도 0에 가까이 가면 Auto라고 쓰인 구간이 있다. 바늘이 이 구간에 있으면 엔진이 멈췄음을 나타낸다.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8인치 넥스트 젠 인포테인먼트(LCD 모니터)에서도 하이브리드 정보를 볼 수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사라지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환원시켰다가 다시 운동에너지로 만들어낸다. e어시스트 역시 감속이나 제동 시 소모되는 에너지를 리튬 이온 배터리에 충전하는 방식을 택했다. 신호 대기 시에도 엔진이 자동 정지된다. 이렇게 해서 줄어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존 알페온 대비 22%다. 최근 서울시 등 지자체가 공회전 낭비를 막겠다며 단속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착한 준대형 차다.
실제 주행은 시중에 출시된 하이브리드 차량에 비해 거부감이 없다. 가속력이 떨어진다거나 언덕길 밀림현상, 늦은 출발 등 하이브리드가 갖는 작지만 불편한 한계를 크게 줄였다.
변속 응답 시간이 준 것은 최적화된 6단 자동변속기 덕택이다. 가속 시에는 e어시스트 시스템과 함께 고단 기어를 많이 사용해 동력 전달 효율을 향상시켰다. 새롭게 장착된 보조오일 펌프는 정차 시 엔진이 꺼져 있더라도 운전자가 출발을 위해 가속 페달을 밟으면 트랜스미션이 곧바로 반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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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기간 길고, 세제지원혜택 많아
한국지엠은 알페온 e어시스트의 배터리, 모터 등 부품에 대해 8년 또는 16만km의 국내 최장 보증 기간을 적용했다. 차량의 내구성에 대한 자신감이다.
물론 여기에 무상 점검 기간 확대를 골자로 한 ‘쉐비 케어’ 서비스까지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쉐비 케어는 지난해 쉐보레가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발표한 고객 서비스로써 ▲3년간 4회 엔진 오일-필터, 에어클리너 무상교환 ▲차체 및 일반부품 보증기간 5년 또는 10만km 적용 ▲출고시점부터 7년 간 24시간 연중무휴 무상긴급출동 서비스 등을 내용으로 담은 파격적인 사후 관리 시스템이다.
지난해 반향이 커 한국지엠은 올해 말까지 서비스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라보나 다마스, 카마로 등 쉐보레 브랜드가 아니면 해당사항이 없지만 예외적으로 알페온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하이브리드에 대한 정부 세제지원혜택도 기대할 수 있어 가격 절감효과도 있다. 당초 알페온 e어시스트 가격은 디럭스(Deluxe) 모델 3836만원, 프리미엄(Premium) 모델 4046만원이지만 세제혜택을 받으면 최고 270만원가량 싸진다.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130만원을 비롯해 취득세와 등록세를 최대 140만원까지 감면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