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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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상 이토록 파격적인 부동산 정책은 없었다. 국민들에게 그냥 돈 빌려줄 테니 일단 집을 사라는 정책이 나온 것이다. 정부가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또한 집 없는 서민들의 설움을 달래주기(?)위해 사상초유의 금리 1% 안팎의 ‘수익 공유형 대출’을 발표했다.

지난 27일 국토교통부는 무주택자가 이용할 수 있는 가장 낮은 금리 상품인 ‘1% 안팎의 초저리 수익 공유형 은행 대출’ 상품을 오는 3~4월께 시장에 내놓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 상품에 대해 주택 구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금리를 크게 낮추고 집값 변동에 따른 수익을 ‘주택 소유자’와 ‘은행’이 나누는 것으로 국내에선 처음 도입되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일단 집 사라’는 정부

여기까지는 워낙 경기도 안 좋고 금리도 사상초유의 2%대 초저 금리가 형성되고 있다 보니 크게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뒤이어 발표된 정부의 세부내용. 여기에는 보는 눈과 듣는 귀를 의심케 하는 집 구매 지원 방안이 담겨 있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살아온 국민이라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빌려준다’는 것이다. 소득 제한도 없고 무주택자면 누구나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고소득자라도 집이 없으면 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그동안 정부와 은행이 국민 개개인을 평가, 분류하던 항목인 신용등급이나 소득 수준도 안 보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1주택자 가운데 일정 기간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사람에게도 돈을 빌려준다고 밝혔다. 대상 주택도 공시가 9억원 이하, 전용 면적 102㎡ 이하 아파트로 그 범위가 넓다. 다만 LTV(주택담보인정비율) 70%, 소득의 4.5배 이내 대출 한도는 유지한다.

수익공유형 초저리 은행대출은 시범사업 3000가구를 한 뒤, 본사업을 추진하면서 연간 공급물량을 확정할 예정이다.

◆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없다

이토록 파격적인 부동산 대책을 정부가 발표했지만 확실한 것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우선 ‘수익 공유형 은행 대출’은 이름처럼 대출자가 구입한 주택의 값이 올랐을 때는 수익을 공유하되, 집값이 떨어졌을 때는 집 소유자가 손실을 다 떠안는 수익 공유형 상품이라는 것이다. 분명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정부가 국민들에게 일종의 ‘도박’을 유도하는 셈이다.

이는 ‘수익 공유형 은행 대출’이 변동금리 상품인 까닭에 8년째로 접어들면 저금리 혜택이 사라져 ‘안정적인 고정금리 대출을 늘린다’는 금융위원회의 가계부채 대책과도 어긋난다.

이외에도 한 가지 문제점이 더 도사리고 있다. 대출 대상이 되는 곳이 전용 면적 102㎡ 이하의 아파트라는 점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전셋값이 미친 듯이 오르는 것에 힘입어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

이미 강남, 마포, 공덕 등 일부 지역은 불과 1년 전에 비해 많게는 1억원 넘게 상승한 소형아파트들이 즐비하다. 이런 상황에서 소형아파트에 대해서 초저리 대출을 미끼로 집을 사도록 유도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결국 가진 것 별로 없는 서민들이 집을 사도록 유도한 정책이지만, 나중에 집값이 폭락할 경우 손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만 전가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주택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초저리 수익 공유형 대출은 서민들에게 너무나 파격적인 정책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하지만 문제는 결국 집값이 폭락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이 짊어져야 하는 일종의 ‘폭탄 돌리기’성의 도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