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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DB |
도로 위에서 국산차 운전자들은 고가의 외제차를 만났을 때 이렇게 생각한다. 한번 부딪치면 억대 수리비가 나온다는 의미다. 따라서 운전자 사이에서 외제차는 ‘도로 위의 흉기’로 불린다. 덕분에 외제차는 도로 위에서 운전자들의 ‘양보’를 받는 절대 ‘갑’이 됐다.
그런데 최근 고가 외제차가 많아지면서 운전자의 부담이 더욱 늘었다. 보험전문가들과 금융당국은 이 같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외제차 수리, 렌트 관련 보험약관 기준을 변경할 계획이다.
◆ 외제차 수리비 국산차보다 2~5배 비싸
#. 현대차 SUV 산타페 운전자 A씨는 지난해 차량 가액이 3억원에 달하는 외제차 벤틀리와 충돌했다. 수리비 1억5000만원에 약 한달 간 렌트비만 5000만원(1일 150만원)이 나왔다. 총 수리비 견적이 2억원에 달했다. 산타페 운전자 A씨는 대물배상 가입금액 1억원에 가입해뒀지만 자비로 1억원을 더 들여야 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입차 수리비 잔혹사다. 이러한 외제차의 수리비와 렌트비 폭리에 많은 운전자가 오래 전부터 대책을 호소했다. 운전자뿐만이 아니다. 보험사들도 외제차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비싼 수리비를 악용한 보험사기가 활개를 치기 때문.
해마다 국내에 등록된 외제차는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0년 41만8000대였던 외제차는 2012년 60만4000대, 2014년 92만대로 매년 급증세다.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판매량 중 외제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16.9%에 달한다.
특히 외제차 사고 시 렌트비와 부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2010년 외제차 렌트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5%였으나 지난해에는 31.4%로 급증했다. 사고발생 시 기본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외제차를 렌트하기 때문이다. 부품비 역시 2010년 17.0%에서 2014년 27.4%로 증가했다.
기승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외제차 자동차보험 제도개선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고가의 외제치가 증가하면서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 사고처리 과정의 형평성이 왜곡되고 있다”며 “자동차보험 대물배상 가입금액을 올려 보험소비자의 경제적 위험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 연구위원은 외제차 자동차보험 제도개선방안으로 ▲대물배상 가입금액 고액화를 통한 보험소비자의 경제적 위험 해소 ▲자기차량 손해담보 약관에 수리범위 등에 대한 보험회사 결정권 신설 ▲경미한 사고에 대한 부품교환 및 수리가이드라인 신설 ▲대차시 동일한 사용가치를 가진 자동차 등으로 대차추진 등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고가 외산차 충돌사고 시 국산차 운전자들은 경제적 위험에 노출될 개연성이 크다”며 “따라서 소비자들은 실제 위험도보다 높은 가입금액의 대물배상보험을 구매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대물배상 가입금액으로 2억원을 선택한 보험가입자는 2009년 5.36%에서 2013년 34.41%로 급상승했다. 외제차의 수리비가 국산차에 비해 2~5배 비싼 탓이다. 특히 외제차 렌트비와 추정수리비의 경우 약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외제차의 수리비와 렌트비를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외제차를 해외로 보내 고치는 방식이 아닌 국내에서 직접 수리해 수리비를 합리화하고, 사고기간 중 같은 급의 차량을 렌트해주는 제도 역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일한 브랜드의 외산차가 아닌 비슷한 가치의 국산차를 렌트해주는 식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 추정수리비·렌트비 폐지해야
외제차 운전자의 보험료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가의 외산차를 운전해 위험비용을 높인 운전자도 2차적인 책임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위험분배의 시각에서 외제차 운전자들의 책임을 환산해 보험료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요율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신종원 YMCA 시민문화운동본부장은 “과거보다 대형사고나 사망사고가 크게 줄었는데도 소규모 대물보험금 지급으로 손해율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며 “이는 운전자의 인적요인에 의한 손해율 상승이 아닌 현재 보험요율체계의 부실과 불합리한 면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보험업계는 현행 최대 5억원 수준인 자동차보험 대물배상 가입한도를 10억원으로 늘리자는 보험연구원의 의견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손해보험사 한 관계자는 “가입한도가 10억원인 상품이더라도 보험료 인상폭은 1%정도에 불과해 가입한도를 높이면 소비자의 부담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지원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손해보험협회와 수리기준 규범을 추진하고 있다”며 “추정수리비의 경우 이중청구가 많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인프라를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