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안에 세계 1위!" 롯데그룹이 면세점사업 승부수를 던졌다. 시내면세점 특허사업자 입찰을 이틀 앞둔 지난달 23일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가 기존 서울시내 면세점 2곳의 사수를 목표로 '비전 2020'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것. 오는 2020년까지 13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세계 면세점업계 1위에 오르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동안 롯데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면세점 시장에서 국내 1위, 세계 3위를 차지하며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가뜩이나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어수선한 롯데로선 면세점 사업자 재선정을 통해 위축된 그룹의 분위기를 추스리고 안정된 매출창구를 계속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 비전2020… 5년 후 '세계 1위' 될까

이홍균 대표 지휘 아래 롯데면세점이 추진하는 '비전 2020'의 핵심은 세계시장 1위 달성이다. 이를 위해 롯데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했다. 2016년 200만명을 시작으로 2017년 240만명, 2018년 270만명, 2019년 300만명, 2020년 340만명 등 연평균 14%씩 유치고객을 늘리겠다는 것. 

지난해 롯데면세점이 직접 유치한 외국 관광객은 155만명으로, 이는 연간 전체 방한 외국인 1420만명의 10.9%에 해당한다. 롯데면세점은 이 같은 외국 관광객 유치로 앞으로 5년 동안 29조원의 외화 수입을 올려 관광수지 흑자국 전환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관광객 유치계획과 함께 롯데는 사업권 재심사에 들어가는 소공동 본점과 잠실 월드타워점에 대한 운영계획도 내놨다.

소공동 본점 입구의 한류스타 거리 '스타 에비뉴'에 초대형 LED 디지털 터널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롯데백화점 본점 건물 외벽에 미디어 파사드 쇼(건물 전체 외벽에 빛을 사용해 이미지와 의미를 만드는 미디어 아트)를 정기적으로 선보인다. 잠실 월드타워점은 강북에 편중돼 있는 관광 자원을 강남과 연계시킬 수 있도록 시티투어버스를 별도로 운영하고, 강남역·가로수길·코엑스몰·석촌호수 등 강남의 주요 관광 거점을 활성화하기 위한 '강남 문화 관광 벨트'도 조성한다. 


/사진=뉴시스 고승민기자
/사진=뉴시스 고승민기자

◆ 4파전 시내면세점, 승자 오를까
롯데의 바람대로 '세계 1위' 등극을 위해 꼭 꿰어야할 단추는 역시 기존 두 곳의 시내면세점 사업자 재선정이다. 시내면세점 4곳(서울 3, 부산 1) 중 서울 2곳(소공동, 잠실)을 지켜내야 하는 처지다.

시내면세점 특허는 워커힐면세점(11월16일)을 시작으로 롯데면세점 소공점(12월22일), 롯데면세점 롯데월드점(12월31일)과 부산 신세계면세점(12월15일)이 차례로 만기를 맞는다. 입찰에 참여한 기업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과 실사 등을 거쳐 빠르면 10월말께 최종 사업자 선정이 이뤄진다.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다. 지난달 25일 롯데를 비롯해 신세계, SK네트웍스, 두산이 면세점 사업계획서를 서울세관 통상지원과에 제출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이른바 '4파전' 구도다. 

롯데로서는 기존 유통라이벌인 신세계를 제치는 것은 물론 SK와 두산의 공격을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다. 롯데면세점 본점과 월드타워점의 경우 지난해 매출만 약 2조5000억원(소공점 2조원·잠실 월드타워점 5000억원)을 올린 핵심 매장으로 면세사업부 전체 매출 3조9500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롯데로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곳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최근 국감 증인으로 참석한 자리에서 "롯데면세점은 '서비스업의 삼성전자'"라며 면세점사업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어 이 대표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 만만치 않은 신세계·SK… '다크호스' 두산

그러나 현실적으로 롯데의 시내면세점 수성이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는 않아 보인다. 우선 신세계그룹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

앞서 신세계는 지난 7월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심사에서 탈락했다. 따라서 다시한번 신세계DF를 내세워 면세점 입찰에 나선 만큼 그룹차원의 강도높은 유치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면세점 후보지는 신세계백화점 본관 신관 5개층(연면적 1만8180㎡)으로 확정했다.

올 상반기 동대문 케레스타를 후보지로 면세점 입찰에 나섰다 떨어진 SK네트웍스도 롯데가 긴장해야 할 경쟁자다.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내에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SK네트웍스는 ▲중국인 관광객이 좋아하는 워커힐의 입지 ▲카지노와 유커 모객 시너지 ▲오랜 영업 능력 등을 적극 어필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SK는 올 들어 1000억원을 투자해 면세점 내부를 새단장했다.

다크호스로 떠오른 두산그룹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동대문 두산타워를 거점으로 내세운 두산은 동대문 패션타운 관광특구 협의회와 상생 업무협약을 맺고 주변 상인들에게 면세점 입점 동의서를 받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두산과 두산타워 관계자, 외부 자문위원 등이 참여해 내부에 면세점 특허권 획득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도 만들었다. 

◆ 풀어야 할 숙제… 독과점·리베이트 논란

기존 면세점 두곳의 사업자 재선정과 별도로 이 대표는 독과점과 리베이트 논란을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도 떠안았다.

지난달 16일 심재철 의원(새누리당)은 제2롯데월드 면세점을 확장 이전하는 과정에서 롯데가 관세청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5월 롯데백화점 잠실점을 10층에서 제2롯데월드로 확장 이전하는 계획서를 서울세관에 제출했다. 이후 서울세관은 6월 사전승인 신청을 관세청에 보고했고 관세청은 7월 특허심사위원회를 열어 조건부 이전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같은 장소에서 면세점 면적을 넓힌 경우는 있었지만 면세점을 확장해서 옮긴 경우는 제2롯데월드 면세점이 유일하다"면서 "제2롯데월드 면세점은 면적을 2배 가까이 확장 이전해 신청 당시부터 특혜 논란이 있었고 서울세관도 이런 논란으로 고민하다가 신청 기한을 어긴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독과점 논란이 또 다시 거론되는 것도 골칫거리다. 같은날 김영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 "서울시내 면세점시장에서 롯데그룹의 시장점유율이 계속 증가해 독과점 구조가 심해졌다"고 꼬집었다.

실제 공정위의 연도별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 현황자료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의 시장점유율은 2012년에 57.7%, 2013년에 60.3%에 이어 지난해는 60.5%로 집계됐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