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인류의 오랜 꿈인 장수시대가 현실화되면서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위해 연금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노후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노후행복지수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시대 흐름에 따라 정부도 고령화 복지정책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재정비된 ‘내집연금 3종세트’ 역시 노후복지정책 중 하나다. 빚에 허덕이고 평소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빚을 덜고 연금을 더 주겠다는 게 이 제도의 목적. 오는 6월 시행되는 내집연금 3종세트의 내용과 실효성을 미리 살펴봤다.


◆주택담보대출 전환: 19만원 이자 내다 26만원 연금받다

내집연금 3종세트는 연령과 소득수준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전환 ▲보금자리론 연계 ▲저소득층 우대 등의 3가지로 나뉜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 전환(주택연금 전환)은 60대 이상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며 기존 주택담보대출에서 연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상품이다. 원리금과 이자 부담 없이 노후자금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다.

이를테면 3억원짜리 집을 보유한 이모씨(61)가 7500만원(금리 연 3.04%, 남은 기간 10년, 일시상환)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매달 19만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연금으로 전환하면 이자 부담 대신 26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연금의 재발견] ‘내집연금 3종세트’의 진실

또 매년 20만원씩 주택연금 가입에 따른 이자혜택도 누릴 수 있다. 일시인출 한도도 기존의 50%에서 70%로 상향조정된다. 여기에 은행이 주택신용보증기금에 내는 출연금(연 0.2%)을 면제해 주택연금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인하토록 유도했다.
주택가격 책정은 부동산 시세정보사이트를 통해 정할 계획이다. 만약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주택가격에 만족하지 못하면 개인이 다시 한국감정원에 의뢰할 수 있도록 했다. 대신 수수료는 본인 부담이다.


예컨대 KB부동산알리지에서 자신의 집을 8억원으로 평가했고 한국감정원에서 8억2000만원으로 책정했다면 한국감정원이 평가한 금액을 기준으로 주택연금을 신청하면 된다. 해지도 가능하다. 다만 해지할 경우 이미 받은 연금과 이자를 내야 하고 한번 해지하면 3년 이내 재가입이 불가능하다. 집의 소유권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연금에 가입했다고 해도 언제든 본인 마음대로 집을 매매할 수 있다.


◆보금자리론 연계: 사전 인센티브 도입

보금자리론 연계는 40~50대를 위한 복지연금상품이다. 대상자가 보금자리론을 받아 집을 살 때 주택연금(주택담보대출 전환)에 가입하겠다고 사전 예약하면 연 0.05~0.1%포인트의 보금자리론 금리우대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나아가 인출한도도 확대할 계획이다. 주택연금 가입을 사전예약하면 일종의 인센티브를 받는 격.

3억원의 주택을 구입할 목적으로 보금자리론 1억5000만원(20년 분할 상환)을 대출받은 A씨의 사례를 보자. A씨가 주택연금과 연계하면 대출금리 0.1%포인트를 우대받아 연 3.1% 금리에 대출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원리금 상환기간 중 연간 12만원(대출기간 전체 총 180만~240만원)의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만 60세가 된 이후 연금으로 전환하면 매월 원리금 부담 85만원 대신 42만원의 연금을 받고 주택연금 가입에 따른 세금감면도 매년 20만원씩 챙길 수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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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우대: 일반 주택연금보다 더 지급
저소득층 우대는 생활이 어려운 고령층을 위한 상품이다. 가입조건은 거래기준 주택평균가격(지난해 기준 2억5000만원) 이하의 주택을 보유하고 소득 2분위(연소득 2350만원) 이하인 저소득층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컨대 소득이 연 2000만원 미만인 60대 B씨가 2억원짜리 집을 소유한 경우 우대형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일반 주택연금에 가입할 때보다 매달 9만2000원(약 20%) 많은 54만7000원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내집연금 3종세트’ 그것이 궁금하다

내집연금 3종세트를 두고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 배만 불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부터 돌려받는 연금이 너무 적다는 불만까지 다양하다. 이 제도를 설계한 금융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오해와 진실을 일문일답으로 풀어봤다.

- 주택연금 가입률이 1%도 채 안된다.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는데.
▶주택연금 가입률이 저조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일단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주택연금제도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내집연금 3종세트는 미디어가 주목했고 덕분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문의전화가 상당히 늘었다고 들었다. 제도를 개선하고 적극 홍보한다면 장기적으로는 가입률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본다.

- 시행 이후 제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인가.
▶적용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 더 가난한 사람에게 집중할 것인지, 중산층까지 포함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를테면 주택담보대출 전환의 경우 2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하고 연 2400만원의 소득이 발생하는 70대 김모씨가 있다고 가정하자. 비교적 소득이 높은 편인데 이들까지 세제혜택 등 우대해야 하는지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아마 생활이 어렵고 노후준비가 안된 사람에게 혜택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 연금에 가입한 후 해지도 가능한가.
▶물론 가능하다. 다만 그동안 받았던 연금의 원금과 이자를 물어야 한다. 연금 1억원을 받은 사람의 집이 재개발되면서 5억원에서 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고 가정하자. 해지하고 싶어도 이미 연금으로 받은 1억원이 없어서 해지를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집을 팔고 난 후 은행에 원금(1억원)과 이자를 갚으면 된다.

- 여러차례 해지한 후 다시 가입하는 등 악용할 소지도 있어 보이는데.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가입자가 해지하면 3년 동안 재가입할 수 없다. 또 연금으로 전환할 때 1.5%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5억원짜리 집이라면 750만원을 내야 하는데 수차례 가입하고 해지하면 비용도 들고 결코 쉽지 않다.

- 은행만 배불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이 제도는 일종의 복지정책이다. 가입 후 한도가 소진된다고 해도 가입자가 사망하기 전까지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오히려 손해 보는 구조다. 따라서 시중은행들은 관련 상품 취급을 꺼리는 분위기다. 은행 수익에 도움이 된다면 너도나도 참여하겠다고 나설 텐데 지금 분위기는 정반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