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인천 남구 도화동 1호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착공식에 참석, 날아오르는 축하 풍선을 보며 박수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진환 기자
올해로 박근혜정부가 출범 4년차를 맞았다. 그동안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건 규제 완화 정책의 효과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들 사이에선 호평보다는 혹평이 많다. 특히 집 없는 서러움을 겪는 서민을 위한 전세난 정책에는 후한 점수를 주는 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다수 전문가는 전세난 해결을 위해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주장했다. 정부도 이에 보조를 맞춰 사회초년생 등을 위한 행복주택과 중산층을 위한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을 내놨다. 1월14일 국토교통부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두 정책의 추진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박근혜정부의 임대주택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떨까.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부장,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에게 채점을 의뢰했다.
김준환 교수
◆ "선진국형 임대주택 제도 도입 시급" -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D'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건 행복주택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의 주거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이라는 정책 취지와 달리 대부분이 수도권 외곽에 지어져 정책 대상 수요층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지난해 서울 목동이 행복주택시범지구에서 해제된 데다 잠실과 송파지역도 지구해제를 국토부에 요청한 상태다. 실질적인 주요 사업지가 아예 빠졌거나 빠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마천, 거여, 위례 복정 지구와 같은 외곽 지역으로 밀려난 지구에서만 행복주택 사업이 진행됐다.
알맹이가 쏙 빠진 형국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범지구를 선정한 것도 문제지만 일관되지 않은 정부 정책 기조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정부가 진정으로 행복주택 공급이 필요한 지역이라고 판단했다면 주민 설득 과정은 절대로 포기해선 안될 일이었다.
뉴스테이는 과거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열악한 주거환경의 임대주택을 떠올리는 사람의 인식을 바꿔놓은 점은 긍정적이지만 임대주택이라는 공적인 부분을 민간에 떠넘기다시피한 정책 기조에는 문제가 있다.
일본에선 도시재생기구(UR)가 3~4인 가족용 임대주택 공급을 주도한다. 뉴스테이와 같이 임대료가 높지만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 조달 자금과 중앙정부의 보조금으로 일정량 주거비를 지원한다.
이에 힘입어 일본의 젊은 계층은 굳이 집을 사려고 하지 않아 전반적인 주거비 안정효과가 나타났다. 종국에는 우리 정부도 일본과 비슷한 방식의 임대주택 공급을 이뤄야 한다. 본격적인 임대주택 시대에 진입하기 전에 정부는 법률·금융서비스를 갖춰야 할 것이다.
최승섭 부장
◆ "뉴스테이, 서민은 외면" -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 'F' 정부는 수년째 지속된 전셋값 급등과 급격한 월세전환으로 저소득층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중산층 이상을 대상으로 건설사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고가의 월세주택인 뉴스테이를 최우선 정책으로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입주자를 모집한 '테라스위례'의 경우 보증금 3억6000만∼4억9000만원에 월 임대료는 30만원∼60만원이다. 종합서비스를 내세운 고가의 관리비까지 포함하면 월 100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시세가 기준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지만 서민은 물론 중산층도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이다. 사실상 토지 우선공급, 세제혜택, 정부 매입 확약 등 수많은 특혜를 제공하는 임대주택이니 만큼 주변시세와 비슷한 가격이 아니라 훨씬 낮은 가격에 공급되는 게 정상이다.
정부가 뉴스테이에 집중하는 동안 서민은 철저히 외면 받았다. 전체 주택 대비 장기공공임대주택 비율(5.5%)은 그나마도 박근혜 정부 들어 증가폭이 줄었다. 사업계획 승인 기준 2013년 7만6000가구, 2014년 8만가구로 이명박정부 연평균 9만2000가구보다 훨씬 적다.
분양 전환하는 민간임대주택 비율도 이명박정부 당시 11%였으나 박근혜정부는 2배가 넘는 24%에 달한다. 뉴스테이 활성화에 따라 이 비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토지, 공공기금 등 공적능력을 뉴스테이에 집중하는 한 공공의 주거안정 역할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최은영 연구위원
◆ "계획만 있고 실체가 없다" -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 'F' 정부는 임기 내 공공임대주택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실제로 재고량은 늘지 않았다. 앞서 2013년 임대주택 1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2013∼2014년 재고 증가는 3만6264가구에 불과했다.
2011년 이후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의 증가폭도 매우 적다. 2011∼2012년 2만6367가구, 2012∼2013년 4만2301가구 증가했다. 2013∼2014년 매입임대주택은 8192가구, 전세임대주택은 783가구가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매입·전세임대주택을 연간 4만가구로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계획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공급량이다. 이는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공약이 계획만 있고 실행은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정부의 정책대상이 과거와 같이 3인 가구, 고령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최근에서야 저출산 대책으로 신혼부부와 대학생을 위한 행복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양한 계층에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세분화해야 한다.
실제 SH공사가 공급한 공공 임대주택(지난해 10월 말 기준) 입주자 16만1363명 중 30대 1만6269명(10.1%), 20대는 2790명(1.7%), 10대 162명(0.1%)에 불과했으나 40대 이상은 14만2142명으로 88.1%를 차지해 쏠림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