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사태로 인한 입주기업들의 줄도산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오늘(22일)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입주기업 123개 업체 중 120개 업체의 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정자산 5688억원, 유동자산 2464억원 등 총 8152억원의 손해를 봤다.


개성공단기업협회의 계산에 의하면 123개 업체 중 개성공단에서 대부분의 물량을 생산해왔거나 생산시설 자체가 개성공단에 위치해있는 49개 업체는 도산 위기를 겪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원, 인디에프, 좋은 사람들 등 일부 상장사 10여개 업체를 뺀 나머지 업체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근거로 협의회 측은 사실상 폐업 위기에 놓인 기업이 전체의 70%에 육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직 개성공단 폐쇄로 도산한 기업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이들 업체들이 이미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산을 막기 위해 기업들이 1차적으로 직원들에 대한 고용을 포기하고 이후 자산 등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하나 둘 씩 도산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장사들도 직접적인 타격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개성공단에 비해 급증한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채산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쿠쿠전자의 경우 연간 생산물량의 10%에 해당하는 96여만 대를 개성공단에서 생산해왔다. 그러나 쿠쿠전자는 개성공단 사태 이후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서 요구하는 물량을 맞추기 위해 양산 공장과 인천 공장에 인력을 늘려 이에 대처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1분기 매출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생산 차질로 매출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신원의 경우 총 생산량의 12%를 차지했던 개성공단 공장이 폐쇄되며 차질을 빚었다. 여성복 브랜드 '베스띠벨리', '씨' 등을 보유한 신원은 그동안 매출 100억원 규모의 내수용 의류를 개성공단에서 생산해왔다.

집계되지 않는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입주기업에 원부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사 등이 줄도산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123개 입주기업과 거래를 하던 유통·서비스 협력업체 90여 곳은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회계당국은 기업들의 도산 위기를 막고자 개성공단 기업이 가동 중단 사태로 입은 자산손실 규모를 재무상태표에 반영하지 않고 재무제표 주석에만 기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개성공단 폐쇄 사태로 인해 억류된 자산을 즉각 자산손실로 반영할 경우 개성공단에서의 생산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거나 도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레포츠 용품 업체를 운영했던 기업 대표 A씨는 “정부가 일방적인 조치로 개성공단 사태를 이렇게까지 만들어 놓은 것이 과연 합당한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직원들 월급을 주지 못한다면 당장 일괄 사직서라도 받고 회사를 정리해야 한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옳은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10일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이에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은행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제6차 비상대책 총회를 개최하고 헌법소원 심판 청구 방침을 결의한 바 있다.

제6차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 총회가 열린 지난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제2대연회실에서 비대위원들이 개성공단 가동중단 결정과 관련 헌법소원 심판청구 소송 위임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제6차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 총회가 열린 지난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제2대연회실에서 비대위원들이 개성공단 가동중단 결정과 관련 헌법소원 심판청구 소송 위임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