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학회사 헨켈(Henkel)이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사업영역을 넓혀 눈길을 끈다. 이미 제조공장과 연구시설까지 갖췄고 B2B(기업간거래)를 넘어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시장에도 손을 뻗는 중이다.
헨켈은 1876년 설립된 독일회사다. 세제 등 홈케어, 화장품·세면용품 등 퍼스널케어, 접착 테크놀러지스의 3개 사업분야로 나눌 수 있고 소비재와 산업용품부문에서 시장을 이끈다. 올해로 창립 140년을 맞은 헨켈은 전세계 125개국 5만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며 2014년 기준 약 23조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또 독일 증권시장인 DAX에 상장됐다.
우리나라엔 1989년 헨켈(Henkel AG & Co. KGaA)의 한국 현지법인으로 진출했다. 현재 600여명이 근무 중이며 산업용품을 보유한 헨켈 테크놀러지스 코리아와 생활용품을 생산·판매하는 헨켈 홈케어 코리아 등 2개 법인으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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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켈오토모티브 음성공장. /사진제공=헨켈 코리아 |
헨켈의 생활용품브랜드는 홈매트, 홈키파, 컴배트 등 가정용 살충제와 세탁세제 퍼실(Persil), 섬유유연제 버넬(Vernel), 주방세제 프릴(Pril) 등이 있으며 전문가용 뷰티브랜드로 슈바르츠코프도 국내에 들어왔다.
헨켈의 산업용 솔루션은 B2B 위주며 접착제, 실런트, 표면처리제, 나사 고정제, 방음제, 제진제, 보강제 등으로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사용된다. 최근엔 급속도로 성장하는 자동차분야를 중심으로 B2C영역에도 발을 들여놓는 중이다.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독일회사… 배경은?
헨켈은 꾸준히 자동차와 전자분야에 관심을 쏟는다. 많은 업체가 중국으로 여러 시설을 옮기지만 첨단기술은 얘기가 다르다고 분석했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와 전자업계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활약이 큰 만큼 이 분야에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것. 우리나라 기업이 접착제 등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두는 건 ‘경량화’와 ‘초박화’ 등의 이슈와 맞물린다. 가볍고 얇게 만들려면 접착제 활용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헨켈에 따르면 자동차는 조립과정 곳곳에 접착제가 쓰인다. 예전엔 내장재나 나사를 고정시키는 데 주로 썼지만 요즘엔 차체를 이어주는 구조용접착제도 많이 쓰인다. 같은 소재 금속끼리는 용접이 가능하지만 경량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섬유와 알루미늄, 알루미늄과 강철 등 다른 소재를 이으려면 구조용접착제가 필수다. 또 각종 틈새를 메워주는 실런트제품과 소음진동을 줄여주는 방진재·제진제도 수요가 많다.
디스플레이도 경량화와 초박화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접착제를 많이 쓰는 분야다. 여러 부품을 연결하고 고정할 때 나사를 쓰면 무게가 늘고 두꺼워지지만 접착제를 쓰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출시되는 LCD TV나 휴대용기기가 갑자기 얇고 가벼워진 것도 특수 접착제 덕분이다. 대표적으로 광학필름·백라이트유닛 등과 액정을 붙이는 데 액체형 접착제가 쓰인다.
2010년 헨켈은 이천공장을 대신해 약 200억원을 들여 충청북도 음성에 공장을 지었다. 이곳은 2만3140㎡ 규모로 이천공장보다 약 3배 크며 방진재·제진재·차제 판넬 및 구조 보강재·실런트 및 접착제 등 자동차산업용 부품류를 생산한다. 현대·기아 등 국내 완성차업체와의 거래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어 2014년 1월엔 국내 접착제 연구개발(R&D) 조직을 통합하고 금천구 가산동에 R&D센터를 세웠다. 연구개발역량을 한데 모아 국내 디스플레이·자동차업체와의 협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앞서 2013년 1월에 문을 연 헨켈차이나 디스플레이센터와도 협업할 수 있다.
지난해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글로벌 다중협력사업(GAPS) 설명회도 열었다. 우리나라 강소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GAPS는 국내시장에 진출한 글로벌기업이 국내 중소기업·대학·연구소와 협력해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유망한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자본을 투자하고 대학·연구소와 공동연구소를 설립해 공동연구개발을 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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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OSON Shop. /사진제공=헨켈 코리아 |
◆B2C 도전… 애프터마켓과 수입차정비
최근엔 자동차사업부에 힘을 싣고 있다. 회사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만 그만큼 발전가능성이 큰 분야기 때문이다.
헨켈코리아 자동차유지보수사업부가 2013년 론칭한 방음·방청 전문 ‘테로손’브랜드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방음·방청 솔루션을 제공하던 노하우를 애프터마켓으로 확장한 대표 사례다. 제품군을 의미하던 브랜드에서 솔루션브랜드로 개념을 넓혔다. 차체부식과 소음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늘면서 앞으로의 시장성을 보고 투자한 셈이다.
아울러 차체 보수용 케미컬류 사업을 늘리기 위해 지난달 25일엔 조광페인트 자동차보수용 도료사업부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최윤성 헨켈코리아 자동차유지보수 사업부 부사장은 “헨켈의 차체보수용 제품과 조광페인트의 자동차 보수용 도료는 판금도장작업에서 사용되는 연관제품”이라며 “일관된 교육과 매뉴얼 작업을 통해 애프터마켓 차체보수기술 향상에 기여해 소비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헨켈코리아는 양산 OEM 제조단계에서 사용되는 주요제품들을 애프터마켓 차체보수용으로 전국 주요 검사정비사업소에 제공하고 있다. 애프터마켓에서 사고차에 대한 올바른 차체 보수작업을 위해 국내 주요 완성차회사와 함께 정기교육도 실시한다.
조광페인트 자동차보수용도료사업부는 독일 바스프그룹의 바스프 코팅사와의 기술제휴를 바탕으로 국내 수입차와 고급자동차시장에 글라슈리트 보수용 도료를 공급하는 이 분야 선두업체다.
허영걸 조광페인트 자동차 보수용 도료사업부 이사는 “서로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헨켈과의 협업으로 판금도장 등 연관사업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포트폴리오 내에서 영역확장
헨켈의 사업확장은 그동안 봐온 글로벌기업의 움직임과 다르다. 철저히 포트폴리오 내에서 꼭 필요한 회사나 사업부문만을 인수해 세력을 키웠다. 따라서 시너지효과가 크고 연관된 해결책을 한번에 제공할 수 있어서 시장에서의 지배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불필요한 곳에 투자해 큰 손실을 겪은 수많은 국내업체에게 좋은 본보기인 셈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4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