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는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제한된 좋은 일자리를 놓고 구직자 간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지고 좁은 취업문을 어렵사리 통과해도 ‘노동의 질’이라는 또 다른 벽에 부딪힌다. <머니S>가 고용 빙하기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위태로운 현실과 고군분투기를 조명했다. 또 독일·영국·일본 등 선진국의 일자리정책을 살펴보고 19대 장미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주요 대선주자들의 일자리 공약도 알아봤다. 나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고 뜨는 일자리도 소개한다.<편집자주>


청년실업은 전세계적인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회원국 평균 청년실업률은 17%에 달한다. 직업을 구할 의지가 없거나 비경제활동인구로 포함된 청년층까지 합치면 3명 중 1명은 일자리가 없다는 통계도 나온다. 선진국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터 재정지원까지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다.


◆독일: 직업교육으로 취업문 ‘활짝’

독일은 청년실업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한 모범국가로 꼽힌다. 1990년 동독과 서독이 통일한 이후 재정이 악화되면서 독일은 극심한 실업난을 겪었다. 하지만 27년이 지난 지금 독일은 전세계에서 가장 실업률이 낮은 나라 중 하나로 변모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독일의 청년실업률은 6.6%다. 유럽연합(EU) 평균 청년실업률 17.3%의 3분의1 수준이다. 독일의 청년실업률은 2000년대 중반 경기불황으로 16%대까지 오른 이후 지속적으로 내려가는 추세다. 비결은 무엇일까.


독일의 청년고용은 교육제도에서 출발한다. 독일은 학교를 졸업한 후 원활하게 직업을 구할 수 있도록 학교교육과 수습근로활동을 병행하는 이원화 교육제도를 채택했다. 독일 학생은 초등학교 4년을 마친 후 인문학교·실업학교·기간학교·종합학교 등 네가지 형태의 중등교육과정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중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사회에 진출할 학생은 기간학교와 실업학교에 입학해 1주일에 하루 이상 현장실습을 받는다. 종합학교는 모든 과정을 통합한 형태로 9학년 때까지 진로선택을 미룰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직업 양성훈련 이수 후 3년 이내에 실업상태에 놓이는 경우는 10% 미만에 불과하고 일할 의사가 없는 비경제활동 인구가 되는 비율도 5% 미만으로 매우 적다.

이처럼 19세 이전에 진행되는 적극적인 직업훈련 덕분에 독일의 청년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이어갔다. 또 직업지향적 교육제도는 우리나라처럼 대학진학이 보편화되는 현상을 막았다. 실제 독일의 대학진학률은 25%대로 우리나라의 70%를 훨씬 밑돌고 미국(40%), 일본(50%) 등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인문학교를 이수한 위안 첸(20)은 “주변 친구들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취업하는 편”이라며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임금이나 근로환경에서 차별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독일 알렌직업학교의 교육훈련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DB
독일 알렌직업학교의 교육훈련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DB

◆영국: ‘견습세’로 청년고용 지원
영국은 청년실업률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을 대상으로 ‘견습세’를 걷는다. 견습세는 기업에게 의무적으로 일정수준의 세금을 징수해 그 재원으로 견습생의 급여를 주는 제도다. 우리나라의 청년인턴지원금과 비슷하지만 견습세는 영국의 일정규모 기업 모두에게 적용되는 점에서 더 구속력이 강하다.

영국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유로존 재정위기까지 겪으며 부진한 경제성장이 지속됐다. 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촉발한 외국인노동자 유입 증가는 영국 청년층의 실업률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영국의 전체실업률은 최근 하락세로 전환했지만 청년실업률은 1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영국은 견습세 제도를 도입해 저임금노동시장에 속한 청년들이 안정적인 전문직시장으로 진출하도록 돕는다. 영국 보수당 정부는 2015년 견습세 도입을 처음 발표하고 지난 6일부터 과세를 시행했다. 연간 급여총액이 300만파운드(약 42억원)를 넘는 기업에게 급여총액의 0.5%를 견습세로 걷는다.

견습세를 낸 기업은 그 액수만큼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발급받아 견습생에게 급여를 지급한다. 견습세를 낸 기업이 견습생을 채용해야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청년고용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영국정부는 견습세 도입으로 2020년까지 300만명의 신규 청년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견습세 제도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영국의 공공예산 감독기관 예산책임청(OBR)은 “견습세는 급여세 형태여서 궁극적으로는 종업원이 부담을 지는 구조”라며 “견습세 신설이 앞으로 5년간 누적 임금성장률을 0.7% 하락시킬 것”이라고 추정했다.

[일자리전쟁] 청년취업난 뚫은 나라들

◆일본: 청년일자리 ‘질적’ 성장 주목
일본은 장기저출산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줄면서 청년들이 취업하기 쉬운 환경으로 바뀌는 중이다. 일본의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1996년부터 약 20년째 감소했으며 2012년부터는 연간 80만명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일자리 공급이 취업가능인구의 1.4배에 달할 정도로 노동수급의 미스매치현상이 두드러진다. 청년실업률 역시 글로벌 최저수준인 4.9%로 나타났다.

다만 표면적으로 실업률이 낮아졌을 뿐 청년고용의 질적 수준은 높지 않다. 2015년 기준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청년층 비정규직비율은 48.3%로 일본 전체 비정규직 평균을 크게 웃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가 여전히 청년노동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이에 일본정부는 2015년부터 청년층이 원하는 안정적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청년고용촉진법을 시행 중이다. 기업에게 청년을 채용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청년에게는 직업능력개발과 직업선택에 대해 지원하는 것이 이 법안의 골자다. 3년 이내 기졸자와 중도퇴직자에 대한 채용정착장려금을 지급하고 공공직업안정소의 소개로 취직한 청년을 시범 고용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명중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일본에는 나눠먹기 문화, 즉 워크셰어링이 뿌리 깊게 정착됐다”며 “일본의 청년고용문제가 한국보다 덜 심각한 이유는 단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때문만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청년층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려면 정부와 기업, 개인 모두의 의식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