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서초점 간편채소 매장의 소용량, 소포장 상품을 중심으로 한 진열. /사진=롯데마트
롯데마트 서초점 간편채소 매장의 소용량, 소포장 상품을 중심으로 한 진열. /사진=롯데마트
롯데마트가 전통적인 대형마트의 대용량, 저가격, 풍부한 상품 구색이라는 판매 공식을 깨고 상품 전략을 다시 쓴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서초점을 오픈하며 고품질의 차별화된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한 그로서란트(grocerant) 마켓을 선보이며 소용량, 소포장 상품을 대거 늘렸다.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등은 기존에 운영하던 구색 대비 40% 가량 압축하고 패션 및 잡화 상품을 라이프 스타일숍으로 운영하는 등 변화에 포문을 열었다.

롯데마트의 이번 상품 전략 변화는 고객 소비 패턴과 매출 빅데이터의 분석, 일본과 미국 등 해외 사례 조사를 기반으로 해 대형마트의 가장 큰 장점인 신선식품과 즉석식품의 차별화를 통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생존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상품 포장∙진열∙가격 등 전면 개편


우리나라 보다 일찍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1인 가구의 비율이 30%를 넘어섰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 가구 구성비는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 기준 27.8%에 달한다. 통계청 인구 총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 구성비는 2000년 15.5%에서 2015년 들어 27.2%로 12%p 가량 늘었으며 최근 15년 사이 무려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총 가구수 증가를 견인해했다.

초고령 사회의 도래 및 1인 가구의 증가는 최근 혼자서 밥을 먹는 ‘혼밥’, 혼자서 술을 마시는 ‘혼술’ 등 신조어의 등장이 말해주듯 소용량, 소포장 상품과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간편식) 등의 상품이 매출을 이끌고 있다. 알맞게 먹고 남기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롯데마트는 신선식품 등 소용량 상품의 규격(용량)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고, 포장 방식과 진열 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파격적인 가격 전략을 통해 상품의 고회전 구조를 확립할 계획이다.

우선 롯데마트는 보건복지부 1회 권장 섭취량, 농업진흥청 요리정보, 해외 사례 및 요리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기존 애매했던 ‘1인분’의 기준을 재정립하고, 고객이 1~2회 만에 소비하는 분량을 소용량 상품의 기준 규격으로 새롭게 설정했다.

대표적으로 수박의 경우 취식 편의성과 속을 보고 구매하는 특성에 따라 기존 8~9kg의 원물의 1/4 수준인 2kg으로 규격을 정했다. 보건복지부 1회 권장 섭취량 150g, 요리 전문가의 제안 200g 보다 잘라서 바로 먹거나 주스 등을 만들어 먹는 고객들의 특성이 고려됐다.

또한 소 등심(구이/불고기)의 경우 보건복지부 1회 권장 섭취량은 60g, 농업진흥청 요리정보는 150g으로 일반적으로 요리전문가가 구이용으로 사용하는 150g으로 규격화 했다.

이러한 상품 규격 설정과 더불어 상품의 포장 방식 역시 개선해 수박은 조각 수박 전용 팩으로, 소 등심은 전용 트레이를 활용한다. 기존에 랩을 활용한 포장 방식이나 상품과 맞지 않는 트레이 등은 취급하지 않을 예정. 더불어 과일의 경우 소포장 컵 RRP(Retail Ready Package) 집기 등도 새롭게 운영할 예정이다.

◆소용량∙소포장 상품 고회전 구조 확립

롯데마트에서 취급하는 소용량 컵과일과 소포장 전용 패키지. /사진=롯데마트
롯데마트에서 취급하는 소용량 컵과일과 소포장 전용 패키지. /사진=롯데마트
또한 롯데마트는 필요 용도에 따른 균형적인 구색 압축으로 소용량 상품의 진열을 확대하는 한편 고회전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원물 대비 110~120% 수준의 파격적인 가격 전략도 세웠다.
일반적으로 소용량, 소포장 상품의 경우 원물을 소분하는 인건비와 별도 패키지 비용, 소분 후 선도 관리 등으로 인해 가격이 원물 대비 130~160% 수준으로 높았다. 한 통에 1만원짜리 수박의 1/4통이 원물 가격(2500원)의 150% 수준인 3750원 가량인 셈이다.

롯데마트는 유통BU 단위의 원물 공동 소싱을 통한 물량 확대, 패키지 공동 구매, APC(Agricultural Processing Center, 농산물 가공 센터) 내 소포장 라인 신설 등의 다양한 시스템 개편을 통해 기존 소용량 상품 대비 20% 이상 가격을 낮춰 통상 비싸다고 인식되는 소용량 상품에 대한 인식변화를 꾀한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는 “신선식품과 밀 솔루션(Meal Solution)을 중심으로 소용량 상품 및 소포장 상품을 확대하고, 기존 대형마트의 판매 공식을 깨는 새로운 상품 전략을 추진한다”며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강점을 극대화해 가정식의 완전 대체를 목표로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간편식)이 완성품을 의미하는 것과는 달리 밀 솔루션은 완성품 및 반조리 형태의 간편식, 요리재료, 조리 준비 등 식생활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의 용어다. 가정간편식보다 보다 넓은 의미로 쓰이며 2015년 말 롯데마트는 밀 솔루션 브랜드 ‘요리하다(Yorihada)’를 론칭했다.

롯데마트 서초점의 ‘요리하다’ 매장. /사진=롯데마트
롯데마트 서초점의 ‘요리하다’ 매장. /사진=롯데마트
한편 지난해 5월 23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1인 가구 소비행태와 소비자 문제 연구’ 보고서(2015년 10월 26일부터 11월 10일까지 1인 가구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에 따르면 1인 가구 소비자들은 자신들을 위한 소용량 제품이 부족한 것을 불만으로 꼽았다.
1인 가구 소비자들이 겪는 어려움 중에서는 ‘소용량·소포장·소형 제품(서비스)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항목이 53.7%로 1순위로 꼽혔다. 같은 항목을 2순위에 꼽은 사람들까지 합치면 70.4%에 달했다. 

또한 소용량 제품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응답이 1·2순위 합쳐 59.2%, 소용량·소포장 제품의 유통 채널이 다양하지 않다는 응답이 31.2%로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