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GS건설 본사. /사진=뉴시스 DB
서울 종로구 GS건설 본사. /사진=뉴시스 DB


GS건설이 한숨 돌렸다. 올해 경기도 과천주공1단지와 서울 반포주공1단지 등 주요 재건축 수주전에서 경쟁사에 밀리며 연거푸 고배를 마셨지만 지난 15일 1조원 규모의 잠원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를 따내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수주과정에서 ‘클린수주’를 외치며 금품·향응 제공 등의 민낯을 스스로 드러낸 점도 분위기 반전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해결 과제가 남았다. 금품·향응 제공 민낯 공개에 자사 직원 처벌도 예외 없다는 강경 자세가 스스로 발등을 찍은 셈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나아가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에서 반포 일대로 치우친 ‘자이’ 브랜드타운 쏠림 현상도 극복해야 한다.

◆잇단 대형 정비사업 수주 실패


GS건설은 지난해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강자로 군림했다. GS건설은 지난해 2조3973억원의 정비사업을 수주해 대림산업(3조2997억원)에 이어 업계 2위를 기록했다.

GS건설은 각종 브랜드파워 조사에서 자사 아파트브랜드인 ‘자이’의 인지도가 늘 상위권이었던 만큼 굵직한 정비사업이 예정된 올해도 지난해 기세를 이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GS건설의 예상은 연초부터 빗나갔다.

GS건설은 이른바 ‘과천부심’이라 불리며 서울 강남 못지않은 시장가치를 평가받는 경기 과천의 최대어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4000억원 규모) 수주전에서 대우건설에 패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이라 불린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조6000억원 규모) 수주전에서도 현대건설에 시공권을 내줬다. 반포 일대에 다수의 자이 브랜드타운을 형성했던 GS건설은 상대적으로 높은 브랜드인지도를 바탕으로 조합원 표심을 공략했다. 또 현대건설보다 3년여 앞서 수주전에 뛰어든 만큼 수주를 자신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GS건설은 2주 뒤 열린 4700억원 규모의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 수주전에서도 롯데건설에 패하며 지난해 정비사업 강자로서 자존심을 구겼다.


[머니포커S]


◆잠원 한신4지구 수주로 만회
GS건설은 잇단 대형 정비사업 수주실패로 내상이 컸다. 수주에 실패한 과천주공1·반포주공1·미성크로바는 3조4700억원 규모로 지난해 전체 정비사업 수주금액을 뛰어넘는다. 모두 해당지역에서 상징성이 큰 단지인 데다 규모도 큰 만큼 수주에 실패한 GS건설에게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GS건설은 미성크로바 재건축 수주전에서 패배를 안긴 롯데건설을 제치고 지난 15일 서초구 잠원 한신4지구(9353억원 규모)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 설욕했다. 한신4지구 재건축은 신반포8∼11·17차에 녹원한신아파트와 베니하우스빌라 등 주변 공동주택 9곳을 묶어 재건축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1조원에 육박하는 시공 규모로 주목받았다.

이로써 GS건설은 반포자이(3410가구)·신반포자이(607가구)·신반포센트럴자이(757세대)에 이어 한신4지구 재건축(3685가구)을 수주하며 반포일대에서만 1만 가구에 육박하는 대형 자이브랜드 타운을 구축했다. 또 이를 토대로 앞으로 전개될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 수주전도 탄력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건축 민낯 공개, 제 발등 찍을까

GS건설은 강남권 대형 정비사업 수주과정에서 냉온탕을 오가며 분주히 움직였지만 이는 비단 수주 노력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GS건설은 최근 재건축시장에 만연한 각종 금품·향응 제공 등을 차단해 ‘클린수주’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를 밝히며 자정 노력에 나섰다. 이를 위해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과정에서 자행된 금품·향응 제공 신고·적발 사례 수십건을 공개했다.

GS건설 관계자는 “해당 내역을 토대로 법적 검토를 거친 뒤 수사 의뢰 여부를 적극 검토할 방침이고 대상은 상대 회사뿐 아니라 당사 직원도 포함된다”며 혼탁해진 재건축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GS건설의 자정노력에 국토교통부와 경찰은 진상조사와 수사에 착수했지만 일각에서는 제 발등 찍기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동안 재건축시장에서 자행된 각종 금품·향응 제공 사례에서 GS건설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한신4지구 수주전에서 GS건설에 패한 롯데건설은 발끈했다. GS건설의 주장이 허위사실이라는 것. 롯데건설은 추이를 지켜본 뒤 법적대응도 고려할 방침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재건축시장 자정노력이 자칫 업체 간 감정싸움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GS건설 스스로도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한 만큼 수사결과에 따라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포 일대에만 국한된 강자 이미지도 GS건설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한신4지구 수주로 반포의 강자임을 재확인했지만 과천·잠실 등 다른 대형 정비사업 단지에서 잇따라 패배하며 영역을 넓히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또 앞으로 전개될 강남권 한강변 재건축 수주전에서 힘을 잃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도 GS건설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1호(2017년 10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