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력한 대출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내년 1월부터 주택담보대출 2건 이상을 보유한 차주의 총부채상환비율(DTI) 조건을 강화하는 신 DTI가 도입된다. 내년 하반기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마이너스통장, 자동차할부금, 카드대출 등 신용대출 원리금까지 포함해 DTI를 산정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받는다. 전방위적 ‘돈줄 죄기’가 시작된 것이다.
KB국민은행이 올 상반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 6만6000명을 대상으로 신DTI의 누적효과를 분석한 결과 이 제도가 도입되면 차주별 대출액은 평균 32.4%(4338만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은행의 부채상환비율, 상환능력을 심사하는 기준이 높아져 대출받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대출빙하기를 맞아 신규대출을 계획하는 고객은 새로운 대출관리전략을 세워야 한다. 달라질 대출제도를 통한 자산 포트폴리오 전략을 알아봤다.
◆주담대 있으면 대출한도 절반으로 ‘뚝’
# 직장인 김형석씨(46·가명)는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2억원(20년 만기, 3.5%, 원리금균등분할상환)을 받고 아파트를 구입했다. 내년에는 서울 성동구(투기과열지역)에 위치한 8억원짜리 아파트를 추가 구입할 계획인데 신 DTI 도입으로 대출한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고민이다. 김씨의 연봉은 7000만원. 자녀 2명의 교육비와 생활비, 보험료(연금저축보험), 대출이자를 지출하면 월 150만원가량이 여윳돈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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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구입하려는 아파트는 투기지역에 위치해 기존 주담대가 있을 경우 DTI가 40%만 적용된다. 이미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추가대출을 받을 땐 10%포인트씩 DTI비율이 줄어든다.
새로운 계산방식을 적용하면 김씨가 주담대를 추가로 받을 경우 DTI 30%를 적용해 최대 8300만원만 대출이 가능하다. 정부가 발표한 8·2 부동산대책 이후 DTI 계산으로는 1억4600만원(만기 15년)까지 빌릴 수 있었다.
이를테면 현재 DTI를 산정할 때 기존 대출은 이자만 반영하기 때문에 대출 2억원의 3.5%인 700만원만 포함된다. 이는 DTI의 10% 수준이다. 이자를 포함한 연 상환액 기준으로 DTI의 20%에 해당하는 1400만원을 추가로 빌릴 수 있다. 이를 금리 4.26%(한국은행 가중평균금리)에 15년 분할상환하면 1억4600만원까지 돈을 빌릴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존대출의 원금과 이자 모두 DTI에 산정되므로 처음 빌렸던 2억원에 대한 DTI가 10%(700만원)에서 22.2%(2억700만원)로 올라간다. 결과적으로 8300만원(7.8%)까지 가능한 셈이다.
이에 따라 김씨가 신규아파트를 구입하려면 신DTI가 도입되기 전 주담대를 신청하거나 보유한 대출 2억원을 먼저 갚고 신청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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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현재 보유한 집을 처분하고 신규 주담대를 받으면 기존 DTI를 그대로 적용받을 수 있다. 주담대 상환방식은 원리금(원금+이자)균등상환방식이 원금균등분할상환방식보다 유리하다. 매달 내는 납입원금은 동일하지만 이자는 점점 줄어 대출금리 인상 시에도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
탁장원 신한은행 PB팀장은 “원리금균등상환이 원금균등상환보다 대출 초기에 갚아야 할 돈이 적기 때문에 DTI가 유리하게 산출된다”며 “대출은 금리인상으로 이자가 늘어날 것을 감안해 먼저 상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매월 20만원씩 납입하는 연금저축보험은 중도해지보다 연말정산에서 세액공제액을 늘리는 전략을 취하는 게 좋다. 연금저축은 연간 400만원 한도로 연말정산에서 16.5%의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김씨는 총급여 5500만원 초과 대상자로 13.2%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임대사업자, 신용대출↓ 현금유동성↑
# 지난해 은퇴한 박진용씨(57·가명)는 퇴직금 2억원에 임차보증금 1억원, 대출 5억원을 받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8억원(담보인정가액 4억9000만원)짜리 오피스텔을 구입할 계획이다. 임대소득과 연금소득을 챙길 수 있어 안정적인 노후생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 박씨는 현재 2억원(연 3%, 만기 20년, 원리금균등분할상환)의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할부 2500만원의 부채를 보유 중이다. 소유한 아파트의 시세는 5억5000만원이며 5000만원의 여윳돈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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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세대는 앞으로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진다. 대출을 레버리지로 활용해 소형주택이나 수익형부동산에 투자하고 월세수입을 얻는 임대사업자의 대출한도가 줄어서다. 내년 3월부터 은행권은 부동산 임대사업자에게 대출원금을 처음부터 갚는 여신심사제도를 도입한다. 박씨의 경우 8억원에서 담보가치(담보인정가액-임차보증금)를 뺀 3억9000만원을 대출 초기부터 갚아야 하는 셈이다.
박씨가 기대하는 월 임대소득은 200만원으로 연금소득을 포함한 월 순수입은 380만원이다. 임대사업자로 받은 대출을 갚기에 무리가 없지만 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이 늘면 임대소득보다 이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임대소득을 받아서 이자를 못낼 정도로 부실위험이 큰 임대사업자는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따라서 소득이 없는 은퇴세대가 임대소득 등으로 추가대출을 받는 경우 자동차할부,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은행이 내년 하반기부터 자율적으로 DSR기준을 정해 총대출한도를 결정하므로 박씨는 주식으로 굴리는 여윳돈 5000만원으로 자동차할부금을 갚는 게 유리하다.
금융당국은 ‘DSR이 몇퍼센트면 추가대출이 안된다’는 식의 일률적인 기준선을 정하지 않았지만 은퇴세대는 소득·신용도가 점점 낮아지므로 임대사업을 위한 주담대 신청 시 대출이 제한될 수 있다. 금융회사가 예측하는 DSR은 150%로 1년 동안 내는 이자와 원리금 상환액이 연봉(소득)의 1.5배를 넘으면 안된다.
이원휴 KEB하나은행 PB팀장은 “부동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사업목적을 위한 부동산을 구입할 경우에는 신 DTI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여러채의 상가나 오피스텔에 투자하는 개인에 대해 DSR를 산정해 대출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 먼저 총부채 규모를 낮춰 주담대 신청을 계획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2호(2017년 11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