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수 628만명. 자산 약 8조원.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가 영업개시 1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지난달 경제활동인구가 2816만1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22.3%가 카카오뱅크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고객의 인기에 힘입어 회사의 몸집도 커졌다. 지난 1분기 기준 카카오뱅크 자산은 7조9176억원으로 제주은행(5조6877억원)을 넘어섰다. 많은 계열사를 가진 전북은행(17조5291억원)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단기간에 눈부신 성과를 낼 수 있던 것은 금융과 ICT(정보통신기술)전문가인 이용우·윤호영 공동대표의 힘이 컸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은행의 기치를 살리기 위해 ‘은행장’ 대신 ‘대표’라는 명칭을 고집하며 두 대표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26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출범 1주년 간담회에서 윤호영 공동대표가 향후 상품 서비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26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출범 1주년 간담회에서 윤호영 공동대표가 향후 상품 서비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카카오뱅크는 출범 1주년을 맞아 내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예정이다. 2020년 상장이 목표다. 금융권에 혁신 돌풍을 일으킨 카카오뱅크가 IPO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인터넷은행 급성장의 징표 '공동대표'

이용우 대표는 한국투자금융지주, 윤호영 대표는 카카오 출신이다. 두 사람은 카카오뱅크 설립을 준비할 때부터 동고동락한 사이다.

두 공동대표는 복잡한 지배구조 문제에서 해결사로 활약한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주력사업을 이끌지만 결정권은 한국금융지주가 갖는 구조다. 카카오의 지분은 10%인 반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54%를 보유해서다.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10%(의결권 기준 4%) 이상 가져갈 수 없는 은산분리 규제로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경영에 깊숙이 개입하지 못한다. 여기서 윤 대표는 카카오에 경영 참여를 독려하고 이 대표는 주주에게 협업을 구하는 역할을 맡는다. 시중은행처럼 은행장 한명이 총괄 지휘하는 시스템이 아닌 두 수장의 전략적 협동경영 체제다.


공동대표의 장점은 자본여력을 확보하는 유상증자에서도 드러났다. 카카오뱅크는 9억원의 자본금에 4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해 1조3000억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꾸준히 증자에 참여한 결과다.

올해는 추가 증자 없이 1년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2금융회사와 연계한 대출을 선보일 계획이다. 내년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해 IPO 준비작업에 들어간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카카오뱅크 출범 후 지난 1년간 은행권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고객과 금융시장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여 IPO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산분리 완화 기대감… '차별화' 과제

지난 1년간 호평을 받은 두 공동대표 앞에도 과제는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분기까지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했다. 당장은 추가 증자없이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계산이지만 연체율, 부실채권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실적개선이 어렵다.
26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출범 1주년 간담회에서 이용우 공동대표가 지난 1년간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26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출범 1주년 간담회에서 이용우 공동대표가 지난 1년간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지난 1분기 카카오뱅크는 53억34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록한 순손실은 1044억9100만원에 달한다. 수조원대 순익을 거두고 있는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1년이 넘도록 불안정한 전산시스템도 카카오뱅크의 발목을 잡는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출범 이틀 만에 대출 먹통사태를 겪었다. 당시 신용정보사의 신용등급 조회시스템 과부하가 원인으로 드러났지만 먹통사태가 한달간 이어져 출범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10월에는 계좌에 돈이 있는데 결제가 거절되거나 승인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문제가 불거졌다. 체크카드 결제 오류였다.

끊임없이 나타나는 애플리케이션 접속오류 문제도 해결과제다. 카카오뱅크는 올 들어서만 대출신청, 계정연결 등에서 4건의 오류 현상이 발생했다.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은행은 애플리케이션이 안심하고 거래하는 유일한 채널이란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오류다.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차별화된 영업전략도 요구된다. 최근 은행권은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해 영업점에 가지 않아도 모바일에서 모든 거래가 이뤄지는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구축했다. 카카오뱅크가 초기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낮은 금리와 간편한 서비스를 대체할 새로운 영업전략이 필요하다.

카카오뱅크가 경쟁에서 이기려면 젊은 고객에게 인기를 끌었던 간편송금, 이체, 결제서비스 등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시중은행의 모바일금융 서비스와 별반 다르지 않으면 주거래은행을 옮길 유인이 되지 못한다. 인터넷은행의 출범 취지인 중금리대출을 늘리는 한편 주택담보대출·사업자대출도 추가해 고객의 상품 선택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회에선 은산분리 완화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정무위원회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부정적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기류변화가 감지된다. 카카오뱅크가 출범 2주년 후에도 위협적인 메기로 활약하려면 은산분리 완화를 대비한 경영전략이 요구된다.

카카오뱅크의 슬로건은 ‘같지만 다른 은행’이다. 은행권에선 유일무이한 두 공동대표가 또 다른 흥행 역사를 써내려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프로필
- 이용우
▲서울대 경제학 박사 ▲동원증권 전략기획실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한국투자신탁운용총괄CIO ▲카카오뱅크 대표

- 윤호영
▲한양대 경영학과 ▲대한화재 기획조정실 ▲ERGO다음다이렉트 경영기획팀장 ▲다음커뮤니케이션 경영지원부문장 ▲카카오뱅크 대표

☞ 본 기사는 <머니S> 제551호(2018년 8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