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거리에 무단 투기한 쓰레기들. /사진=강산 기자
지난 4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거리에 무단 투기한 쓰레기들. /사진=강산 기자

고약했다.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쓰레기가 없는 곳을 찾기 힘들었다. 토요일인 지난 4일 밤 기자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거리를 찾았다. 이태원역 지하철 출구를 나오자마자 '더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수많은 술집과 음식점이 있는 번화가 거리.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쓰레기가 뒹굴고 있었다. 더럽고 지저분한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돼지우리'라는 표현이 딱 맞아 보였다. 

머니S가 이날 밤 이태원 거리의 쓰레기 투기현장을 취재한 결과 실태가 심각했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큰 음악이 나오는 클럽 앞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몇 편의점과 술집 앞에는 쓰레기통이 있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불토'를 보내려 이곳을 찾은 수백여명의 인파 중 쓰레기를 줍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서울시가 이달 1일부터 25개 자치구에 단속원 770명을 투입해 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지만 쓰레기 무단투기 행위는 여전히 넘쳐나는 실정이다. 매주 금요일마다 25개 자치구를 7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합동단속을 실시한다는 시의 대책이 무색할 정도다.

◆'사람 반 쓰레기 반'… 결국 환경미화원 몫
지난 4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거리에 지저분하게 쌓인 쓰레기들. /사진=강산 기자
지난 4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거리에 지저분하게 쌓인 쓰레기들. /사진=강산 기자

술집이 많은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봤다. 지하철역 앞과는 비교되지 않을 많은 양의 쓰레기가 보였다. '사람 반 쓰레기 반'이라는 표현이 적당했다.


50여명이 줄선 한 라운지바 앞에는 2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에게 다가가 '흡연구역이 근처에 있냐'고 물어봤다. A씨는 "무슨 흡연구역을 찾냐. 그냥 여기서 (담배를) 태우라"고 웃음 섞인 소리로 답했다.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에서 이곳이 금연구역임을 의식하지 않는 듯 보였다.
반대쪽 술집 앞으로 가봤다. 평소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B씨(남·28)는 '이곳에 쓰레기가 원래 많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태원뿐 아니라 불금·불토를 보내는 곳에는 쓰레기가 넘친다"며 "사람 많은 곳에 쓰레기가 넘치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홍대입구역이나 강남역 인근도 쓰레기가 엄청 많을 것"이라며 "새벽에 환경미화원이나 경찰이 (쓰레기를) 치울 것"이라고 답했다.


이렇게 많은 쓰레기는 누가 치우는 걸까. 이날 자정이 넘은 시각 거리 곳곳에는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방대한 양 때문인지 환경미화원들은 골목으로 한명씩 퍼져 골목에 떨어진 쓰레기를 봉지에 담고 있었다. 봉투에 담은 쓰레기를 묶어 차에 싣고 다시 떨어진 쓰레기를 줍기를 반복했다. 

이들이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을 촬영하고 인터뷰를 요청할 수 없었다. 폭염 속 여유를 느끼지 못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람이 통하지 않는 골목에서 악취를 참고 쓰레기를 치우는 그들의 모습에 마음이 답답해졌다.

◆무단투기 단속도 한계
4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거리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시민의 모습. /사진=강산 기자
4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거리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시민의 모습. /사진=강산 기자

각 지역은 쓰레기 무단투기를 어떻게 단속하고 있을까. 현재 환경부는 시·군·구청에 생활폐기물 불법투기 등 환경오염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인터넷으로도 신고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 지역 환경·시민단체 회원 등을 불법배출 명예단속원으로 임명해 활용하고, 공익근무요원 등을 생활폐기물 불법배출 단속업무에 투입하고 있다.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단속전담요원으로 지정하기도 한다. 

각 지역마다 다소 다르지만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담배꽁초·휴지 등 휴대하고 있는 폐기물을 무단으로 버린 행위는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한다. 비닐봉지·천보자기 등을 이용해 폐기물을 버린 행위는 20만원, 차량·손수레 등 운반장비를 이용해 폐기물을 버리면 50만원을 적용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깨진 독에 물 붓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2017년 서울시 무단투기 등 단속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총 4만5108건의 무단투기를 단속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구별 평균 단속 건수는 1804건이지만 구마다 편차가 컸다. 단속 건수 상위 3개구(강남구, 광진구, 관악구)의 평균 단속 건수는 7356건에 달했지만 하위 3개구(성동구, 도봉구, 노원구)는 47건에 불과하다.

또 대다수 구는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해 단속 업무를 맡기고 있지만, 일부 구는 단속인력이 적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단투기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원인으로 '인력 부족'을 꼽는 시선이 많은 이유다. 

◆가장 중요한 건 '시민의식'
쓰레기 무단투기 경고문이 있지만 이마저도 소용이 없다. /사진=강산 기자
쓰레기 무단투기 경고문이 있지만 이마저도 소용이 없다. /사진=강산 기자

시는 쓰레기 없는 깨끗한 거리를 위해 시내 전역을 대상으로 쓰레기 무단투기 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집중 단속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습 무단투기지역에 CC(폐쇄회로)TV 865개, 경고판 9399개를 설치하고 화단·벽화 1631개도 조성한다. 영등포구가 추진하는 CCTV 집중단속 상황실을 활용한 무단투기 단속 사례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이태원 거리 벽 곳곳에도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문이 붙어 있었다. 투기를 잡기 위해 설치됐다는 CCTV 안내문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경고문으로는 쓰레기 투기를 막기 힘들어 보였다. 근처에 경찰과 환경미화원이 서있어도 담배를 피우고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문제는 인식이다. '돼지우리'를 만드는 주체가 '우리'라는 것을 느낄 필요가 있다. 정부의 노력에 앞서 시민들의 의지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