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 본사 전경. /사진=뉴스1
웅진코웨이 본사 전경. /사진=뉴스1

대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모씨(31)는 지난 10월 말 코웨이 고객센터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가입한 적도 없는 ‘멤버십’을 탈퇴하려면 약정기간 때문에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뭔가 잘못됐다’고 판단한 A씨는 통상 상담원 보호 차원에서 민원인과의 통화 내역을 녹음한다는 점에 착안, 고객센터에 자신의 정보로 진행된 통화 내역을 들려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녹취본을 듣고 황당했다. 한 여성이 상담원에게 "탈퇴 처리 신청을 했는데 왜 아직도 이뤄지지 않느냐"며 화를 냈고 뒤이어 모르는 남성이 자신이 멤버십에 가입한 사람이라며 "나머지 내용은 부인(화를 낸 여성)에게 얘기하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정수기를 렌탈한 코웨이 지국에서 자신의 개인정보를 무단 도용해 몰래 멤버십에 가입했음을 직감하고 지난 12일 코웨이 본사 고객센터에 다시 연락을 취했다. 고객센터 상담원은 이날 멤버십 탈퇴 처리가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가입한 적도 없는 멤버십 탈퇴가 멋대로 진행된 것이다.

코웨이 고객센터에서 보낸 탈퇴 관련 문자. /사진=제보자 제공
코웨이 고객센터에서 보낸 탈퇴 관련 문자. /사진=제보자 제공

앞서 A씨는 지난 2014년 5월 음식점을 개업하면서 코웨이 정수기를 렌탈해 사용했다. 그는 매달 3만2700원을 지급하며 정수기 렌탈 계약기간인 5년을 채웠다. A씨는 지난 5월 말 코웨이 지방본부(지국)의 방문 판매 직원인 코디로부터 멤버십 가입을 추천받았지만 정수기 브랜드를 교체하고 싶어 이를 거절했다. 이후 지국 측은 A씨의 개인정보를 무단 도용해 몰래 멤버십에 가입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상 동의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했거나 그 사정을 알고 제공 받은 경우(제17조 제1항 제1호 위반)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정보주체에 대한 고지의무 위반(제17조 제2항 위반)의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인 이상훈 변호사는 “동의 없이 가입·탈퇴가 이뤄지면 개인정보법 위반”이라며 “계열사 멤버십과 같은 이번 건도 개인정보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웨이 멤버십, 렌탈과 무슨 차이?
코웨이는 5년 간의 렌탈 약정기간이 끝나면 통상 멤버십 가입을 추천한다. 렌탈과 멤버십의 가장 큰 차이는 ‘제품의 소유권’이다. 렌탈 제품은 회사 소유지만 멤버십에 가입하는 순간 고객에게 소유권이 넘어간다. 대신 필터 교체를 포함한 관리서비스가 지속된다. 수리비용도 차이가 있다.

코웨이에 따르면 제품 고장으로 수리가 필요한 경우(고객 과실이 아닐 때) 렌탈은 무상수리, 멤버십 계약은 유상수리다. 코웨이 관계자는 렌탈과 멤버십의 월별 금액차이에 대해 “제품마다 관리주기 등이 달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월 렌탈료가 3만2000원이면 멤버십 가입자의 경우 대략 2만원대 정도”라고 설명했다.


멤버십은 등록된 개인정보가 맞는지를 확인해야 하며 이때 반드시 본인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A씨의 경우 운영 중인 음식점 즉, 사업체로 회원 정보가 등록돼 있어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코웨이 관계자는 “그동안 개인과 달리 사업체로 등록된 경우 멤버십 가입 때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사업체에게 멤버십 가입 동의를 구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고 특히 큰 사업체의 경우 대표자를 누구로 설정해야 하는지도 헷갈린다”고 설명했다.

◆고객 정보 도용 코웨이 ‘압박’ 때문?
A씨의 정보를 무단 도용해 멤버십에 가입한 이는 코디(방문판매직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매출을 끌어올려야 하는 지국에서 실적을 압박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코웨이 노동조합 지부가 소속된 가전통신노조 관계자는 “고객 정보를 이용해 몰래 멤버십에 가입한 이번 사건은 코웨이 측의 실적 압박 때문에 벌어진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코웨이 지방본부인 지국은 지국장과 코디로 구성된다. 지국장은 개인사업자인 코디와 달리 코웨이 본사 소속 직원이다. 이 같은 인사구조 속에서 코웨이 본사는 매달 지국에 매출 할당량을 보내 사실상 매출 압박을 한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코디가 자신의 고객을 멤버십에 가입시켜 받는 수당은 1만원에 불과하다”며 “그만큼 코디가 수십만 원인 위약금을 무는 등의 위험을 감수하고 고객 정보를 도용하면서까지 멤버십에 가입시킬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코웨이 측은 평소 (코디들에게) 가족이라고 지칭하지만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을 회피한다”며 “인사구조상 코디는 자회사 소속이 아닌 만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코디들에게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코웨이 본사는 이번 사건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면서도 “고객에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코웨이 본사 관계자는 “개인은 물론 사업자로 등록된 고객에 대한 확인 절차를 보완해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