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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마스크는 대부분 공산품인 일회용 마스크로 구분돼 유해물질 검출 여부나 비말차단 효과를 검증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판매할 수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처음 들어본 마스크를 몇 장 써봤는데 품질이 의심스러워요. 식약처에서 검사한다는 데 왜 이렇게 냄새가 나는지 모르겠어요. 최근 얼굴에 여드름이 나는 것도 마스크 때문인가 싶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면서 ‘중국산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커지자 품질에 대한 우려도 적잖다. 중국산 마스크가 ‘저가’를 강점으로 물량전을 펼치는 만큼 질도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나 국가기술표준원 등 정부 부처의 품질관리에도 이를 우회하는 중국산 마스크가 속속 등장하면서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중국산 마스크, 무엇이 문제일까.
유해물질 ‘휘발성’… 햇빛 대신 서늘한 곳에
최근 중국산 마스크 수요가 늘면서 ‘화학약품 냄새가 심하다’, ‘피부에 뾰루지가 난다’ 등 불편함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많다. 깨끗해 보이는 마스크 속 남아있는 화학성분 때문.
마스크를 하얗게 만들거나 살균하는 과정에서 ‘포름알데히드’와 ‘아릴아민’, ‘형광증백제’ 등 화학성분이 사용되는데 이들이 마스크에 남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 포름알데히드와 아릴아민, 형광증백제 등은 면역기능을 교란하고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유해물질이다. 앞서 책가방·청바지·생리대 등의 제품에서 해당 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돼 전량 리콜(결함보상)한 바 있다.
중국산 마스크는 대부분 공산품인 일회용 마스크로 구분돼 유해물질 검출 여부나 비말차단 효과를 검증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판매할 수 있다. 이 때문일까. 마스크 특성상 소비자가 호흡하는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체내에 전달될 위험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마스크 유통업자들은 “마스크를 햇빛에 말리면 괜찮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전문가 의견과는 달라 소비자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자연과학부 화학과 명예교수(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는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은 공기 중으로 날라가는 특징(휘발성)이 커 서늘하고 환기가 잘 되는 곳에 하루 정도 두는 것을 권고한다”며 “마스크를 장시간 햇빛에 말리면 부직포 필터가 상해 비말차단 기능이 떨어지므로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자외선이 강한 햇빛에 마스크를 오래 두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데 입을 모았다. 식약처 관계자도 “부직포 필터는 열에 약해서 고열을 가하는 순간 먼지를 거르고 박테리아를 포집하는 기능이 약해지거나 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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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_사진=뉴스1 DB |
관리망 구멍 노리고 ‘가짜 인증’ 붙여 유통
문제는 저품질 중국산 마스크가 정부부처의 감시망을 피해 무더기로 국내 유통된다는 점이다. 중국산 마스크 대부분은 비말차단 기능이 입증되지 않은 일회용 마스크로 공산품(생활용품)에 속해 식약처의 엄격한 감시망을 피할 수 있다. 식약처는 보건용 마스크 품목허가 시 ‘액체저항성’과 ‘입자차단성능’,‘누설률’ 등 자료와 유해물질 검출 여부도 확인한다. 반면 국표원은 사후 검사를 진행하며 유해성분이 일정 수준 이상 검출될 경우에만 리콜처분을 내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유통업체는 중국산 일회용 마스크의 제품명을 덴탈 마스크와 유사하게 지으면서 소비자 혼동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네이버쇼핑에서 ‘마스크’를 검색하며 수천 개의 제품이 나오는 상황. 일회용 마스크 대부분은 ‘MB필터 마스크’, ‘3중 필터 나노 마스크’,‘4중 필터 덴탈 마스크’ 등의 명칭으로 판매 중이다. 심지어 일부 업체의 경우 자사 제품이 ‘KC 인증’을 받았다고 광고하지만 이는 거짓이라는 게 국표원 설명이다. 아동용이 아닌 성인용 일회용 마스크는 KC 인증을 받을 수 없다.
이에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나치게 값싼 중국산 마스크는 부직포가 싸구려라 사용해선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판매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저품질 중국산 마스크가 시중에 봇물 터지듯 풀리자 정부 부처는 이를 근절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식약처는 의약외품 인증을 받은 비말차단용 마스크(KF-AD) 생산을 늘리고 불량·저품질 마스크에 대한 감시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미세입자나 비말 차단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시중에 확산 중이므로 구매 시 반드시 ‘의약외품’ 표시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표원 관계자는 “소비자 단체와 협력하고 마스크 불량 신고 센터 운영을 확대해 온·오프라인으로 최대한 모니터링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