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의 한 만화카페. 이곳을 운영하는 윤모씨는 최근 배달 대행업체와 제휴를 맺고 카페에서 팔던 떡볶이·스파게티·치즈스틱 등을 조리해 배달하기 시작했다. 윤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조치로 카페를 찾는 손님보다 배달 주문 건수가 더 많다”며 “단골 고객에게는 건당 500원씩 하는 만화책을 함께 대여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해당 업소는 배달앱을 통해 리뷰를 써주는 고객에게 만화카페 이용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음식배달업과 만화카페의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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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구청 관계자가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집합금지명령문을 붙이고 있다/사진=뉴스1 DB |
PC방·찜질방… ‘배달’이 경쟁 무기
관련 업계에 따르면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장 이용이 제한되면서 배달 수요가 폭증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위 ‘배달의민족’(배민)에 따르면 방역 강화 방침이 나온 뒤 첫 주말인 지난달 29~30일 주문 건수는 전주(22~23일) 대비 8.8% 증가했다. 위메프의 배달 서비스 ‘위메프오’에서도 같은 기간 주문 건수가 5.92% 늘었고 서울시 배달앱 ‘띵동’에서는 이 기간 주문 건수가 33% 상승했다.
기존에 배달을 하지 않고 PC방이나 찜질방 내 스낵 코너(간이식당)에서 음식을 팔던 자영업자도 잇달아 배달 시장에 뛰어들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고 휴업을 강제당하자 생존을 위해 짜낸 궁여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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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배달 앱에서 배달 메뉴를 판매중인 찜질방 스낵 업체/사진=배달 앱 캡처 화면 |
인천에서 PC방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코로나 여파로 PC방 손님이 줄자 몇 달 전부터 PC방에서 파는 음식이라도 배달해 인건비라도 벌어보자고 배달을 시작했다”며 “지금은 음식배달이 주 수입원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한 배달앱에서 ‘볶음밥’·‘컵밥’·‘핫도그’ 등을 검색하자 관련 업체 이름이 줄줄이 나타났다. PC방·만화방 등이 기존 손님에게 판매하던 떡볶이·튀김·제육덮밥·삼겹살덮밥 등을 주문받아 배달하는 것.
이 중 경기도에 위치한 한 PC방의 경우 배달앱 맛집 랭킹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좋다. 이곳의 현재 평점은 5점 만점에 4.8점. “언제 먹어도 너무 맛있다” “음식을 먹으니 PC방에 더 가고 싶다” “배달도 빠르고 음식포장도 깔끔해 좋았다” 등 리뷰도 1200개에 달한다.
PC방 음식을 자주 시켜먹는다는 한 소비자는 “24시간 배달한다는 장점을 무시 못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PC방은 못 가지만 집에서 게임을 할 때는 다른 음식보다 PC방 메뉴 생각이 간절하고 그 음식을 먹어줘야 게임이 더 잘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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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이후 홍대거리/사진=뉴스1DB |
배민 관계자는 “신규 입점 시 음식점 면허증 등록 여부만 보기 때문에 그곳이 PC방인지 만화방인지 일일이 확인할 순 없다”면서도 “현재 PC방 20여곳과 만화방 3~4곳이 영업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규 가입 문의 ‘껑충’… 입점 대기 길면 보름
다만 신규 업체가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고 싶다고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리두기 강화로 배달앱에 신규 입점을 희망하는 업주가 늘어나면서 배달앱에 서비스를 등록하는 기간만 적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보름까지 걸린다.
배민의 경우 통상 점주가 가입 상담을 한 뒤 서류 작업과 메뉴 등록 등 절차를 거쳐 입점을 마치는 데 걸리는 기간은 7일. 현재는 비대면 진행과 입점 문의가 늘어나면서 평소보다 1주가량 더 소요된다는 게 배민 측 설명이다. 배민에 따르면 최근 한 달(8월3일~9월4일)동안 신규 가입 문의는 1만5240건에 달해 1개월 전보다 46.6%나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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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라이더가 음식 배달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DB |
‘생각대로’·‘바로고’·‘부릉’ 등 배달대행업체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도 순탄치만은 않다. 배달 주문이 늘어나면서 기존 업주의 주문량 소화만 해도 진땀을 빼는 상황이어서다. 가입 대기 시간 역시 길어졌다. 부릉의 지난달 16~29일 신규 가입 문의 건수는 이전 2주인 지난달 2~15일보다 2.8배 늘어났다.
한 PC방 업주는 “배달앱 등록도 너무 오래 걸리고 꾸준히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며 “코로나 시대에 버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배달을 고려하고 있지만 앱의 까다로운 정책과 수수료 부담을 끌어안으면서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