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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노원구 등나무 근린공원에서 열린 '서울시 상수도 관망세척 기술경진대회'에서 참가자가 세척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2020.10.2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은 서울시 수돗물 '아리수'가 더욱 깨끗해진다. 서울시는 그동안 세척이 어려웠던 400㎜ 이상 대구경 상수도관을 정비하기 위해 민간업체들의 기술을 접목하기로 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29일 노원구 북서울미술관 앞 등나무근린공원에서 '서울시 상수도 관망세척 기술경진대회' 오프닝 행사를 열었다. 전국 최초로 민간업체가 한 자리에 모여 400㎜ 이상의 대형 상수도관 세척 기술을 겨루는 행사다.
서울시가 지난 6월 발간한 '2019년 아리수 품질보고서'에 따르면 아리수는 공급되는 모든 지역에서 '먹는 물' 수질기준에 적합하다는 정밀수질검사 결과를 받았다. 병원성 미생물은 물론 납, 비소, 카드뮴 등 인체에 유해한 무기물과 페놀, 벤젠 등 유해 유기물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수도관이 오염돼 가정에 공급되는 물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있지만 서울시는 2009년부터 구경 350㎜ 이하 관로를 세척하고 있다. 상수도사업본부의 수질검사 결과 서울 수돗물의 탁도는 0.33NTU에서 관 세척 이후 0.18NTU로 낮아졌다. 기존 0.33NTU도 기준치인 0.5NTU 이하다.
다만 대규모 단수를 수반하는데다 일반 물세척 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400㎜ 이상 대형관의 경우 서울시는 물론 전국의 상수도사업자가 세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400㎜ 이상 상수도관 세척 기술을 보유한 모든 업체를 대상으로 지난 4월 공모를 진행했다. 공모에서 선정된 경영건설, 대연테크, 삼송하이드로, 쎄니팡, 케이엠에스, 크린텍 등 6개 업체는 경진대회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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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노원구 등나무 근린공원에서 열린 '서울시 상수도 관망세척 기술경진대회'에서 참가자가 세척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2020.10.2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
참가 업체들은 이날 오프닝 행사장에 부스를 설치해 관세척 장비와 공법을 설명하고 관을 깨끗이 하는 기술을 시연했다. 브러시, 물, 질소 등의 마찰력으로 관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방식은 저마다 달랐으나 수도관이 새 것처럼 깔끔해진다는 결과는 같았다.
경영건설은 브러시가 달린 로봇으로 관을 세척한 후 나선형 스크류로 퇴적물을 제거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 업체의 장비에는 10배 광학 줌 기능의 카메라가 탑재돼 관 내부를 정밀 확인할 수 있다. 대연테크는 고압펌프를 이용한 폴리에틸렌(PE) 브러시와 패드를 이용해 물때를 제거했다.
삼송하이드로는 추진노즐과 청소노즐을 이용해 고압수로 관을 세척했다. 쎄니팡은 고압질소 기체를 관로에 투입해 마찰력으로 이물질을 없앴다. 업체 관계자는 "관의 재질이나 구경에 관계없이 신속한 세척이 가능하며 물 낭비가 없다"고 소개했다.
케이엠에스는 회전 압축공기의 마찰력으로 관 내부를 세척하는 공법을 시연했다. 오염된 세척수를 필터로 정화하는 장치도 있어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크린텍은 고압수와 장비 앞쪽의 고리체인, 브러시를 이용해 관을 청소했다.
업체들은 30일까지 구로구 고척동, 강서구 가양동, 중랑구 중화동, 노원구 중계동, 마포구 아현동, 관악구 신림동 등 6개의 구간에서 시범 세척을 한다. 대상 구간은 부설 40여년이 경과된 400㎜ 이상 대형관이다.
모든 구간에는 3인 이상의 상수도사업본부 담당자가 입회해 현장을 관리한다. 관세척과 세척수 처리 외에 터파기, 단수, 관 절단 등 사전 준비 작업과 복구, 통수 과정은 상수도사업본부에서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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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노원구 등나무 근린공원에서 열린 '서울시 상수도 관망세척 기술경진대회'에서 참가한 한 업체의 장비. 2020.10.29/뉴스1 © News1 허고운 기자 |
이날 오프닝 행사에는 상수도사업본부, 환경부, 수자원공사, 상하수도협회, 광역시 상수도 관계 공무원 등 9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공식적인 행사가 끝난 이후에는 일반 시민에게도 관세척 장면을 공개했다. 모든 일정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준칙을 준수하며 진행됐다.
공원을 산책하다 행사장에 구경 왔다는 한 노원구민은 "서울시에서 공급하는 수돗물 자체가 깨끗하다는 것은 알지만 급수 과정에서 오염되는 일이 있을까봐 불안하기도 했다"며 "이번에 효과적인 관세척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경진대회 종료 후 상수도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11월 중 업체별 평가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세척 계획 및 현장 적용 가능성, 세척 기간, 세척 결과, 소음·진동·안전기준 준수 여부, 현장 운영 능력 등 다각도를 살펴본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단순히 1등, 2등을 가리는 경진대회가 아니다"라며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기술은 내년부터 실제 작업 현장에서 활용하고 관세척 가이드라인 수립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는 앞으로도 최고의 물을 공급하기 위해 업계의 아이디어를 발굴할 것"이라며 "이번 행사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 활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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