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이 생명보험협회장으로 내정되며 차기 보험연수원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이 생명보험협회장으로 내정되며 차기 보험연수원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직원 40명 규모의 작은 기관을 운영하며 수 억 원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꿈의 직업’이 있다. 바로 보험연수원장이다. 정희수 원장이 생명보험협회장으로 사실상 내정되면서 차기 보험연수원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는 12월 4일 전 회원사 대표이사가 참석한 총회를 개최해 정 원장을 제35대 회장으로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정 원장이 떠난 보험연수원장에 대한 하마평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분위기다. 정 원장의 보험연수원장 임기는 2021년 11월까지로 아직 1년이나 남았다. 갑작스러운 공백에 보험연수원 내부적으로도 술렁이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연수원은 1965년 보험사들이 출자해 설립한 국내 유일의 보험교육 전문기관이다. 직원 40명 규모의 작은 기관이지만 원장은 3년 임기에 연봉 2억5000만원을 받는다. 보험사들이 이사회를 구성하다 보니 역대 원장은 대부분 금융감독원 출신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

실제 2000년 이후 5명의 보험연수원장 중 4명은 금감원 출신이었다. 2002년 취임한 생명보험협회 총무부장 출신의 제12대 김상복 전 원장이 퇴임한 이후 2008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금감원 국장급 이상 직원들이 자리를 독차지했다.


제13대 김치중 전 원장과 제14대 조병진 전 원장은 각각 보험감독국장, 보험검사국장을 역임했다.

제15대 조기인 전 원장은 소비자보호센터, 감사실 국장을 지냈고, 제16대 최진영 전 원장은 회계감독1국장을 거쳐 회계감리담당 전문심의위원으로 재직했다. 2000년대 이전 취임한 제11대 우교훈 전 원장 역시 보험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이었다.

퇴임 관료들의 밥그릇이라는 오명을 탈피하기 위해 보험연수원은 2015년 4월 공직자윤리법 개정 이후 재취업 기준에 맞춰 보험연수원장 선임 기준을 바꿨다. 하지만 같은 해 7월 금감원 회계전문 심의위원이던 최진영 전 원장이 선출되며,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 했다.


최 전 원장 이후 선출된 정 원장은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정 원장은 17대부터 19대까지 경북 영천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서 3선에 성공했으며 19대 국회 후반기 기획재정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지냈다.

국회의원이 퇴직일부터 3년 동안 취업 제한 기관에 취업을 원할 경우 국회 규칙 또는 대통령령에 의거, 퇴직 당시 소속됐던 기관의 장을 거쳐 취업개시 30일 전까지 윤리위에 공직자윤리법 제17조(퇴직 공직자 취업 제한) 제2항 및 제3항에 따라 취업제한 여부를 확인받아야 한다.

공직자윤리법 제17조 2항은 국회의원 등이 자본금과 연간 외형거래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의 공동이익과 상호협력 등을 위해 설립된 법인·단체에 관할 윤리위 승인 없이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험업계 CEO들이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취업심사 대상인 정 신임 원장을 윤리위의 사전 승인도 확인 하지 않은 채 원장에 선임한 것이다. 이에 문캠 출신 정치인에 대한 보은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과거 사례에 비춰 볼 때 보험연수원장에 업계 출신 인사가 원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보험연수원 관계자는 “정 원장의 갑작스러운 생명보험협회장 내정으로 차기 연수원장 선임에 대한 일정, 연수원장 후보 등은 전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조만간 후보군 물색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