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작 전 사자가 포효하는 모습은 영화팬이라면 익숙한 영상일 것이다. 그 영화사 MGM이 또다시 매각을 추진한다. /사진=MGM 홈페이지 캡처
영화 시작 전 사자가 포효하는 모습은 영화팬이라면 익숙한 영상일 것이다. 그 영화사 MGM이 또다시 매각을 추진한다. /사진=MGM 홈페이지 캡처

영화사 MGM(메트로 골드윈 메이어)이 매각을 추진 중이다. 유력한 인수자로 애플이 거론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MGM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라이온트리 등을 주간사로 정하고 정식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비상장사인 MGM의 기업가치는 부채를 포함해 55억달러(약 6조원) 규모로 평가된다.

1924년 설립된 MGM은 100년에 가까운 역사 속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벤허’, ‘레인맨’ 등 수많은 명작을 남겼다. 현재 대표작은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로, 저작권은 댄자크LLC(이온프로덕션 모회사)와 공동 소유하고 있다. 아울러 ‘늑대와 춤을’, ‘양들의 침묵’, ‘록키’, ‘터미네이터’ 시리즈 등 4000여편의 영화 판권을 보유 중이다.


WSJ에 따르면 MGM 최대주주인 헤지펀드 앵커리지캐피털그룹은 MGM의 저조한 실적이 수년간 이어지자 수익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했다. MGM 측은 할리우드 자본뿐 아니라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과 사모펀드, 상장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AC) 등의 관심도 기대한다. 보유한 영화들이 매수자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 사자가 어쩌다가…

MGM의 매각 추진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 회사는 과거 기업사냥꾼 커크 커코리언의 단골 메뉴였고 여러 번 주인이 바뀌었다. 007시리즈가 버티고 있으나 그 외 작품의 흥행이 신통찮아 장기간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1995년 ‘컷스로트 아일랜드’에 투자했던 1억달러가 흥행 참패로 1000만달러만 남았던 타격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모습이다. 2010년대 들어 인도와 중국 자본이 각각 인수를 검토하면서 색다른 제임스 본드를 볼 뻔도 했으나 무산됐다.

더욱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 영화산업과 같이 MGM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예정이었던 007시리즈 신작 ‘노 타임 투 다이’ 개봉도 내년 4월로 미뤘다. 이 작품은 다니엘 크레이그가 주연을 맡는 마지막 007 영화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MGM이 ‘007 노 타임 투 다이’ 개봉 연기로 입은 손해액은 3000만~5000만달러에 이른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이 영화는 지난 4월에서 지난 11월로, 다시 내년 4월로 개봉이 미뤄졌다. /사진=네이버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이 영화는 지난 4월에서 지난 11월로, 다시 내년 4월로 개봉이 미뤄졌다. /사진=네이버 영화

반면 비대면 문화와 원격·재택근무가 정착되면서 OTT 시장은 호황을 맞고 있다. IP(지식재산)제국으로 불리는 디즈니가 지난해 OTT ‘디즈니플러스(+)’로 홀로서기에 성공하면서 주요 OTT 기업들의 콘텐츠 확보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는 추세다. MGM이 본격적으로 매각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자사 콘텐츠를 원하는 OTT업계 수요에 대한 기대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 MGM 지를까?

아직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에서는 인수 후보로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을 거론한다. 가장 유력하게 언급되는 곳을 꼽는다면 애플이다. 아직 한국에 출시되지 않았으나 애플도 지난해 11월부터 OTT ‘애플TV플러스(+)’를 100여개국에 서비스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게리 바버 MGM 전 CEO가 60억달러 이상을 목표로 애플과 매각 관련 대화를 나눴지만, 당시 케빈 울리히 회장 등 MGM 이사회는 자사 가치를 80억달러 이상으로 매겼기에 더 이상 진척되지 않았다. 이어 지난해에도 양사 간 콘텐츠 라이선스 등에 대한 협상이 있었으나 이렇다 할 결과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매물로 나온 가격은 55억달러다.

애플은 콘텐츠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 체결에는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자사 플랫폼 내 모든 콘텐츠를 소유·통제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MGM 인수의 경우 콘텐츠가 온전히 애플의 것이 되므로 이야기가 달라진다. 성사된다면 근래 들어 애플 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