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백신이라도 좋은 유통망 없이는 예방 효과를 볼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오는 2월 접종이 시작되는 가운데 냉장유통보관시스템(콜드체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지난해 불거진 신성약품의 독감 백신 사태보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사진=이미지투데이
아무리 좋은 백신이라도 좋은 유통망 없이는 예방 효과를 볼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오는 2월 접종이 시작되는 가운데 냉장유통보관시스템(콜드체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지난해 불거진 신성약품의 독감 백신 사태보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사진=이미지투데이
아무리 좋은 백신이라도 좋은 유통망 없이는 예방 효과를 볼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오는 2월 접종이 시작되는 가운데 냉장유통보관시스템(콜드체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지난해 불거진 신성약품의 독감 백신 사태보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왜일까.
독감백신은 상온에 노출되면 예방 효과를 나타내는 단백질 함량이 낮아져 ‘물백신’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알려져 있지만 코로나 백신은 새로운 기술로 만들어져 유통·보관 부주의에 대한 부작용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이자·모더나 백신은 mRNA란 유전물질을 활용하고 아스트라제네카·얀센은 바이러스 벡터 기술로 만들어졌다. 대규모 인구를 대상으로 접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정밀한 콜드체인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중론이다.

콜드체인은 의약품을 특수 저장용기에 담아 온도를 저온으로 유지하면서 최종 소비지까지 보관·운송하는 과정을 뜻한다. 주로 농산물 같은 신선식품의 유통에 많이 쓰이지만 온도에 민감한 백신 같은 의약품 유통에도 활용된다. 콜드체인업계는 “아무리 좋은 기술력으로 만든 백신이라도 유통 과정에서 적정 온도에서 벗어나면 무용지물”이라며 “백신 확보만큼 중요한 것은 최적화된 콜드체인을 구축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먼저 운송 시작한 美… 관련 기업 주가 ↑

한국초저온 백신 보관 창고 /사진=한국초저온
한국초저온 백신 보관 창고 /사진=한국초저온

지난해 12월2일 영국을 시작으로 전세계에서 코로나 백신을 동시 접종하면서 콜드체인업계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콜드체인 저장용기 개발기업인 ‘크라이요포트’의 주가는 1월6일 기준 50.58달러로 1년 전(2020년 1월6일) 17.21달러보다 188.9% 상승했다. ‘바이오라이프’도 42.40달러로 전년(15.86달러)보다 167.3% 올랐다. 화이자 백신의 미국 수송을 맡은 운송업체 ‘UPS’의 주가는 지난해 1월6일 116.20달러에서 2021년 1월6일 161.5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1년 새 주가가 약 39% 오른 것이다.
한국보다 먼저 세계 각국에서 보관·운송을 시작한 글로벌 운송업체 UPS·페덱스·DHL 등은 일찌감치 콜드체인을 준비해왔다. 김희영 콜드체인플랫폼 대표는 “UPS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은 헬스케어·라이프사이언스 사업을 키우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며 “2016년 콜드체인 솔루션 기업 ‘마켄’의 CEO 웨스 힐러를 UPS 헬스케어·라이프사이언스 부문 사장으로 선임했다. 그 결과 콜드체인 사업에서 입지를 다졌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화물용 수송기를 활용해 매일 백신을 공급하고 첨단 냉동 장치로 ‘온도 이탈’ 위험을 줄였다. 실시간 위치추적 감시 체계도 갖췄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백신의 온도와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문제 백신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한국 의약품 시장 구조는 아직 화학의약품 위주다 보니 콜드체인에 대한 이해도가 다소 부족한 편”이라며 “백신 등 바이오의약품이 먼저 연구·개발된 미국·영국의 경우 콜드체인의 중요성을 미리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이런 생태계가 활발하게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안전한 콜드체인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저장용기 ▲ 의약품 픽업 절차·차량에 의약품을 적재하는 방법·배송 절차·차량 고장 등 비상시 대처법·포장법 등 솔루션 ▲실시간으로 의약품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 창고·차량·화물용 수송기 등 모든 과정에서 문제없이 톱니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제약·바이오에 대기업과 IT까지… 콜드체인 각축전


국내의 경우 지난해 독감백신 운송과정에서 2~8도 콜드체인을 유지하지 못해 106만명 분을 폐기한 경험을 토대로 준비태세를 철저히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제약·바이오기업에 대기업과 IT기업까지 가세해 콜드체인전(戰)에 참여해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콜드체인 자회사가 없는 기업은 업무협약(MOU)이나 투자를 통해 접점을 마련했다.

신선식품을 보관하던 ‘한국초저온’은 영하 70도까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1751㎡(약 530평) 규모의 창고를 보유 중이다. 액화천연가스(LNG)를 다시 기체 형태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냉열을 이용해 초저온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코로나 백신이 국내에 들어오면 보관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말부터 영하 70도 창고를 단계적으로 비우고 있다. 한국초저온 관계자는 “보관사업에서 유통까지 회사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사업계획 수립에 한창”이라며 “백신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가장 최적화된 배송 경로를 짜는 등 초기 단계에 있다”고 했다.

콜드체인 차량에 의약품을 싣고 있는 한울티엘 임직원./사진=한아름 기자
콜드체인 차량에 의약품을 싣고 있는 한울티엘 임직원./사진=한아름 기자

제약·바이오기업도 나섰다. 콜드체인 저장용기 개발기업 ‘한울티엘’은 경남제약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울티엘은 개발한 저장용기에 특수냉매나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영하 70도 이하부터 상온까지 온도를 맞출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노현철 한울티엘 대표는 “원래는 주사제를 위한 콜드체인 계약을 체결했다. 기회가 된다면 코로나 백신도 유통할 수 있다. 최소 48시간부터 최대 120시간까지 저온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치매패치를 개발하는 바이오기업 ‘아이큐어’의 경우 콜드체인 기업 ‘브링스글로벌’과 계약을 체결했다. 브링스글로벌은 냉동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온도 유지 차량·냉매제를 이용한 운송 용기·냉동 컨테이너를 보유했다. 이밖에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의약품 물류 전문 자회사 ‘용마로지스’와 ‘GC녹십자랩셀’이 백신 유통 시스템을 갖췄다.

최근엔 국내 대기업과 IT기업까지 콜드체인전에 합류해 열기가 뜨겁다. SK㈜는 한국초저온의 지분 100%를 보유한 콜드체인 물류업체 ‘벨스타 슈퍼프리즈’에 250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한국초저온의 지분 20%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화물기를 활용한 백신 수송 준비태세를 갖췄다. 항공업체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백신 수송을 대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 2019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의약품의 항공운송 전문성과 우수성을 증명하는 국제표준인증(CEIV Pharma)까지 취득했다. 반도체기업인 ‘아이텍’도 최근 콜드체인 공동물류센터 구축을 준비하는 송정약품의 지분 25%를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