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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요리단 1탄 제주흑돼지갑오징어. 사진=장동규 기자 |
몇 년 새 대규모 주거 단지가 들어서고 다양한 생활 밀착형 상점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한가롭던 옥수동의 언덕배기 동네가 꽤나 복작복작해졌다. 골목길 자체가 좁고 주차도 여의치 않아 외부인보다는 동네 주민이 일상 속에서 편안하게 즐겨 찾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부부요리단 1탄 제주흑돼지갑오징어
옥수동 비탈길 골목에서 한꺼풀 들어서면 아파트를 병풍 삼은 적벽돌의 소탈한 가게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다. ‘부부요리단’이라니 요리로 동네 사람의 밥상 평화를 지키는 자경단의 본부일지도 모른다는 엉뚱하고 즐거운 기대감이 피어난다. 엄마손칼국숫집에는 엄마가 없고 할매국밥집엔 할매가 없는 경우가 많지만 부부요리단의 오너인 전상진·김수정 셰프는 다행히(?) 상호를 배신하지 않는 ‘부부’ 셰프다.
특급 호텔에서 일식 요리사로 인연을 맺은 부부는 한때 가로수길에서 트렌디한 가게를 운영했다. 하지만 이 부부가 부모가 되면서부터 식당과 요리를 대하는 구심점이 달라졌다. 딸내미가 언제든 문을 박차고 들어와 “엄마 밥 줘”라고 말할 수 있는 공간, 친구를 데리고 와서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공간. 그런 자녀에게 정성과 맛을 담은 음식을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이 됐다. 덕분에 부부요리단의 식탁은 요리부터 반찬 하나까지 허투루 오르는 것이 없다.
그 기본은 식재료에서부터 출발한다. 전 셰프는 신선한 재료를 공수하는 것에 많은 공을 들인다. 봄의 주꾸미, 가을의 새우, 겨울의 굴처럼 가장 맛이 오른 제철 식재료가 밥상에 오른다. 이곳을 꾸준히 방문하는 단골들은 식탁의 언어로 계절의 변화와 미학을 느끼게 된다.
시그니처 메뉴인 ‘갑오징어&흑돼지불고기’는 제주도에서 항공 직송으로 공수한 흑돼지를 사용한다. 맛깔나고 윤기 있게 양념된 불고기가 담긴 철판 위에는 큼직큼직 썰어낸 주재료의 존재감 대결이 한창이다. 보기에는 매콤해 보이지만 양념이 가진 감칠맛과 기분 좋은 고춧가루 양념의 풍미가 알싸하게 퍼진다. 이 특제 불고기 양념은 인위적이고 공격적인 매운맛은 배제하고 오로지 고춧가루로 낼 수 있는 정도의 매운맛을 지키면서도 천연 식재료를 활용한 수십 가지 공정을 거친다. 말 그대로 엄마의 마음을 흡수시킨 진정한 ‘마더 소스’다.
흑돼지의 쫀득하고 탐스러운 식감을 살린 ‘제주흑돼지 황제삼겹찜’은 단골 주당의 최애 메뉴다. 귀한 재료로 삶아 두툼하게 썰어낸 흑돼지 삼겹살과 완도에서 공수한 문어 그리고 함께 제공되는 장아찌를 올려 삼합으로 즐기면 된다. 최소 다섯 가지의 장아찌가 상 위에 한 팀으로 출전하는데 조합은 먹는 이의 입맛과 취향에 달렸다. 전 셰프가 생각하는 ‘손흥민’은 여수 농가로부터 공수해 1년 내내 먹을 양을 미리 준비해 놓는다는 ‘갓 장아찌’다.
식당 방문이 여의치 않은 상황을 고려해 최근 다채로운 ‘배달 온리(only)’ 메뉴도 추가로 개발하면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옥수동 주민을 맛난 것으로 이롭게 하리라’는 부훈(訓)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 심히 의심되는 부부요리단. 이곳의 요리는 장소를 불문하고 여전히 가족을 위한 든든한 한 끼이자 늦은 밤의 술친구가 되어주며 친근한 이웃사촌으로 맛난 식탁을 선물하는 임무를 묵묵히 수행 중이다.
메뉴 갑오징어&흑돼지불고기(2인) 3만6000원, 문어삼겹찜 6만6000원
영업시간 (점심)11:00-15:00 (저녁)17:00-23:00
◆제이드앤워터(JADE&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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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드앤워터. 사진제공=다이어리알 |
다츠의 헤드 셰프였던 현상욱 셰프가 선보이는 공간. 낮에는 브런치 레스토랑, 저녁엔 와인바로 변모한다. 동네 주민의 일상 속에서 자주 방문할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도록 편안하면서도 동서양의 조리법과 재료가 조화를 이루는 메뉴를 낸다. 브런치 타임에는 통새우 샌드위치, 저녁 시간에는 와인과 함께 즐기는 사케 뵈르블랑 소스와 구운 가리비가 인기다.
메뉴 옥앤수통새우샌드위치 1만7000원(점심), 가리비사케베르블랑 2만7000원(저녁)
영업시간 (화-금)10:00-21:00 (주말)09:00-21:00 (브레이크타임 있음, 월 휴무)
◆더코너키친
◆더코너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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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코너키친. 사진제공=다이어리알 |
옥수동에서 꽤 오랜 기간 나폴리 피자와 이탈리안 요리를 선보여온 작은 핏제리아. 참나무 장작으로 구워내는 화덕피자를 주력으로 선보이는데 쫀득한 식감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에 맞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도우가 특징이다. 시그니처인 ‘마약옥수수피자’는 통옥수수·매콤한 새우·그라나파다노·모차렐라 치즈를 올리고 파프리카 시즈닝으로 이국적인 향을 냈다.
메뉴 마약옥수수피자 2만원, 깔죠네샐러드 1만8500원
영업시간 (점심)11:30-15:00 (저녁)17:00-21:30
◆치카이라멘
◆치카이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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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카이라멘. 사진제공=다이어리알 |
옥수역 인근에 소담하게 자리 잡은 일본 감성 물씬 풍기는 라멘 전문점. 8시간 이상 돼지뼈를 우려낸 육수와 하루 동안 숙성시킨 반죽으로 매일 뽑아낸 생면을 사용한다. 대표 메뉴인 돈코츠라멘은 보통맛과 매운맛 두 가지가 있다. 숙주와 반숙 달걀에 불맛을 입힌 차슈를 올려내며 테이블에 놓인 생마늘과 통깨를 단계별로 직접 갈아 넣으면 각각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메뉴 돈코츠라멘 8500원, 차슈덮밥 8000원
영업시간 (점심)11:00-15:00 (저녁)17:00-21:30 (주말)11:00-20:30(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