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일(39) 음악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작업 과정과 소감을 공개했다. /사진=넷플릭스
정재일(39) 음악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작업 과정과 소감을 공개했다. /사진=넷플릭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으로 유명한 정재일(39) 음악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작업 과정과 소감을 공개했다. 

정 감독은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오징어 게임'에 대해) 너무 반응이 커서 어안이 벙벙하다"면서 "어떻게 하다 이렇게 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징어게임은 9개 에피소드, 485분 러닝타임이 진행되는 동안 20곡의 OST가 삽입됐다. 정 감독은 "'오징어 게임'은 보통 영화보다 훨씬 긴 이야기를 소화해 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먼저 '오징어게임'의 문을 여는 곡이자 리코더 멜로디가 강렬한 '웨이 백 덴(Way back then)'은 정 감독이 작업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음악시간에 연습했던 리코더나 소고, 캐스터네츠, 멜로디언 등의 악기들이 떠올랐다"면서 "기본이 된 박자는 (주로 게임에서 응원할 때 사용되는) 3·3·7 박수에 기초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시절의 악기로 결투의 음악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면서 "아이들의 '오징어 게임'이 마치 그들의 모든 것을 건 결투, 유치한 코리안 시골 웨스턴(마카로니 웨스턴이 아닌)처럼 들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의 오랜 친구인 작곡가 23(김성수)와 박민주도 힘을 보탰다. 전 회에 걸쳐 가장 많이 울려 퍼지는 테마이자 분홍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진행요원들이 등장할 때 흐르는 '핑크 솔저스(Pink Soldiers)'가 바로 23의 작품이다.
재즈 스탠더드인 바트 하워드의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은 황동혁 감독이 직접 선정한 곡이다. 극중 살육·죽음의 테마로 두 번 사용된다. 정 감독은 메인 테마보다 이 곡의 편곡을 먼저 작업했다.

숙소나 게임장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에서는 대중에게 아주 익숙한 선율의 클래식을 선곡했다. 숙소 내 기상음악으로 '장학퀴즈'의 오프닝 곡인 요제프 하이든의 트럼펫 콘체르토가 사용된다. 

매회 죽음의 게임장으로 향하는 사람들과 살육의 현장에서 생존한 사람들의 공포와 무력감, 위로를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맑고 푸른 도나우가 흐른다.

정 감독은 "원래 감독님께서 촬영전부터 생각하고 계셨던 음악들인데 저와 함께 더 색다르고 특이한 다른 대안들을 찾아보다가 '그래도 이것만한 음악이 없구나' 하고 제자리로 돌아오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