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대출 금리 상단이 12년 만에 6%를 넘어선 가운데 한 시중은행이 지점 앞에 대출상품 관련 안내문을 붙여놓았다. /사진=뉴스1
전세자금대출 금리 상단이 12년 만에 6%를 넘어선 가운데 한 시중은행이 지점 앞에 대출상품 관련 안내문을 붙여놓았다. /사진=뉴스1


#오는 10일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김기열(가명) 씨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2년 전 전세대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터라 집주인이 요구한 전세금 1억원을 올려줘야 하는데 전세대출 금리는 최고 6%대에 달해서다. 김 씨가 전세대출 1억원을 더 받을 경우 월 납입 이자액은 2년전 86만원의 2배가 넘는 200만∼260만원대로 껑충 뛴다. 김 씨는 "전세대출 보다 월세가 더 싼 것 같아 갈아타야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 상단이 12년 만에 6%를 넘어섰다. 변동금리 주택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가 오른 탓이다.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세입자들은 비싼 이자를 내야 하는 전세대출 상황에 발을 동동 굴리는 신세가 됐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주택금융공사보증·2년만기)는 지난 16일 현재 연 4.010∼6.208% 수준이다.

지난 6월 24일(3.950∼5.771%)과 비교해 불과 20일 사이 하단이 0.420%포인트, 상단이 0.437%포인트 올랐고 지난해 말(3.390∼4.799%)보다 상·하단이 각 0.620%포인트, 1.481%포인트나 뛰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급등한 것은 무엇보다 코픽스(COFIX)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대체로 전세자금대출을 변동금리로 많이 취급하고 대출이 따르는 지표금리는 코픽스인 경우가 많다. 지난 16일 0.40%포인트나 뛰는 등 코픽스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4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 상단(6.208%)은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상단(6.123%)보다 높고 변동금리 상단(6.218%)과 불과 0.0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통상 전세자금대출은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등 기관의 보증을 바탕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0.5%포인트 안팎 금리가 낮은 게 보통이다.

다음달 부터 전세대출 금리는 더 오른다. 다음달 중순부터 적용될 7월 코픽스에는 지난 13일 한은의 빅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의 충격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5월보다 0.4%포인트 높은 2.38%로 집계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6%대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5∼6% 수준이었던 2010년 이후 처음 보는 것 같다"며 "코픽스가 갑자기 많이 오르면서 3%대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거의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달 말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2년을 맞기 때문에 충격이 더 클 전망이다. 임대차법에 따라 보증금 인상률을 5%로 묶는 계약갱신청구권은 한 번만 쓸 수 있어 2020년 8월 이후 청구권을 이미 행사한 전세 세입자는 올해 8월부터 다시 계약하려면 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올려줘야 한다.

월세 부담이 크더라도 집주인과의 합의를 통해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세입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 중 월세 거래 비중은 지난 1월 45.56%에서 지난 5월 59.48%로 13.92%포인트 증가했다. 서울만 보면 1월 48.85%이던 월세 비중이 5월에는 57.59%로 커졌다.

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이 1억원 늘어나고 2020년 9월 연 2.52%였던 전세대출 금리가 오는 9월 연 4.808∼6.208%까지 올랐다면 월 납입 이자액은 2년전 86만원의 2배가 넘는 200만∼260만원대로 증가한다"며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세입자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