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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이후 주식, 가상화폐, 부동산, 채권 등 대부분의 투자자산 가격이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하이일드 공모주펀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이일드 공모주펀드는 주식에 비해 변동성이 낮은 채권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주식형펀드보다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일반 채권형펀드와 비교해도 수익률 차이가 유난히 많이 나는 펀드들이 있다. 공모주 투자로 수익이 많이 발생한 경우라면 다행이지만 실제로는 채권의 시가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펀드의 실제 가치보다 기준가가 높게 평가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된 이유와 하이일드 공모주펀드의 환매를 제안해보고자 한다.
채권의 가격 하락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펀드에서 보유하고 있는 채권이 채권시장에 상장돼 실시간으로 거래 가능한 일반적인 장내 채권이 아니라 사모로 발행된 채권으로 시가 평가를 하기 어려운 경우다. 혹은 장내 채권이라 하더라도 채권의 거래가 활발하지 못해 제대로 된 시가 반영이 어려운 경우다.
지난 2020년부터 공모주 투자 성과가 높게 나타나면서 공모주 투자에 자금이 몰리고 하이일드 공모주펀드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어났다. 이와 함께 하이일드 공모주펀드 요건을 갖추기 위해 하이일드 채권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면서 하이일드 채권의 수익률이 하이일드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보다 수익률이 낮은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최근처럼 시중금리의 급등으로 채권의 가격이 하락한 상황에서는 하이일드 공모주펀드 내 채권의 가격도 하락하면서 기준가가 낮아져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거래가 활발한 채권은 기준가에 잘 반영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채권의 경우 제대로 반영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펀드 환매 요청이 들어오면 해당 펀드는 보유하고 있는 주식, 채권, 현금성 자산 등을 매각해 환매대금을 지급하게 된다. 만약 환매 당시 펀드의 기준가가 펀드의 가치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면 당연히 환매를 먼저 신청한 투자자는 펀드의 가치보다 높은 금액을 환매대금으로 지급받게 되고 펀드 내 자산의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게 될 것이다. 펀드는 환매대금으로 지급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처분이 용이한 주식, 현금성 자산을 먼저 사용할 것이고 이후에는 채권 중에서도 거래가 가능한 채권을 매각하게 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펀드 내 자산은 거래가 없거나 활발하지 못한 채권 위주로 남아있게 될 것이다.
만약 펀드로 신규 자금이 계속 유입된다면 이러한 문제는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신규 자금의 유입 가능성이 높지 않아 우려가 되고 있다.
하이일드 공모주펀드 우선배정 혜택, 내년 종료 예정
하이일드 공모주펀드는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펀드다. 본래 2020년 종료 예정이었으나 3년 연장돼 2023년까지 공모주식의 5%까지 우선배정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장되기 전 2020년까지는 10% 우선배정 혜택이 있었으나 연장이 되면서 혜택이 축소됐다.
만약 예정대로 2023년에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이 종료된다고 본다면 향후 하이일드 공모주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는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시장 상황도 주식시장 하락 등으로 대형 공모주들이 상장을 미루거나 혹은 철회하는 상황이 많다 보니 펀드 자체로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지도 못하다.
일반적으로 공모주펀드 투자자들의 투자성향은 보통의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의 성향에 비해 보수적인 편이다. 공모주펀드의 향후 기대수익률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면 펀드 대신 은행 등의 예금성 자산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신규 자금의 유입은 갈수록 줄어들고 환매대금은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준가는 크게 하락하지 않아도 실제 펀드 자산의 가치는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하이일드 채권의 만기는 우선 배정 혜택이 종료 예정인 2023년에 많이 몰려 있다. 해당 채권들이 원활하게 차환발행이 되려면 우선은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이 연장돼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채권시장 자금 경색 문제가 발생한 이후 정부도 50조원 채권 매수에 나서는 등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보면 민간자금의 채권시장 유입을 위해 연장해 줄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다만 연장이 된다 하더라도 만기가 도래하는 하이일드 채권의 차환발행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발행기업의 신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
채권의 만기가 2023년이 아니라 그 이후라 하더라도 하이일드 공모주펀드의 환매 신청이 많아지게 된다면 환매대금을 지급하기 위한 채권 매도가 집중될 수 있기 때문에 펀드 내 보유한 채권이 낮은 가격에 매도될 우려도 있다. 따라서 2023년 말에 가까워 질수록 하이일드 공모주펀드들의 수익률은 저조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여진다.
앞서 언급한 문제 등으로 환매가 가능한 공모형의 하이일드 공모주펀드는 환매를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대형 공모주 청약이 예정돼 있어 공모주펀드에 투자를 하고 싶다면 새로 만들어지는 공모주펀드에 투자해야 불리한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있다. 또는 사모펀드를 통해 만기를 정해놓고 투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투자 시점은 지금보다 2023년 하이일드 채권의 가격이 충분히 하락한 이후에 정부의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 연장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 이후에 다시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