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며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은 배제했다. /사진=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며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은 배제했다. /사진=뉴스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해, 2월, 4월에 이어 세 번 연속 금리가 현재 수준을 유지했다. 부동산 경착륙 우려가 커지며 한은이 다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유지는 물론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했다.

이 총재는 지난 25일 자신을 제외한 금융통화위원이 최종 금리 3.75%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이유는 소비자물가가 둔화하고 있지만 근원물가(환경에 민감하지 않은 물품 기준 산출)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물가가 2.00%에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기 전까지 인하 시기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금통위원들이 상황을 보자고 한 것은 추가 상승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잇단 기준금리 동결 영향으로 서울 강남 아파트 일부가 상승 거래를 신고하는 등 부동산 침체 완화의 기대가 있었지만 이 총재의 발언은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는 지난 4일 24억3000만원(9층)에 실거래가가 신고돼,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10일 23억원(3층)보다 1억3000만원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강남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올 초 대비 호가가 1억~2억원 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거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 상승 전환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출·세금 규제가 완화되고 저점 매수를 기회 삼아 고가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제 거래량이 적은 수준인데 호가와 통계만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주 만에 0.03% 상승해 지난해 5월 이후 1년 만에 올랐다. 송파·강남·서초 순으로 강남3구가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송파구의 상승률은 0.26%에 달했다. 20억원 아파트의 1주 새 매매가격이 520만원 오른 셈이다.

용산(0.04%) 중구(0.03%) 등도 상승 거래가 발생하며 집값이 올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주간 통계가 상승한 구의 이달 아파트 매매거래는 송파(110건) 강남(54건) 서초(35건) 용산(12건) 중구(15건) 등을 기록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일부 단지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고 잘 안 팔리는 아파트가 여전히 많다"면서 "부동산원 통계가 실거래가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므로 집값 상승을 전망하는 건 성급하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도 부동산 상승 현상에 대해 경계했다. 그는 "이자가 높은 수준이어서 부동산이 단기 과열되거나 불안해질 가능성은 작다"면서 "부동산 가격이 지난해 연 10∼15%, 지역에 따라 30%씩 하락해 경착륙을 우려했고 금리 조정과 정부 정책에 따라 연착륙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