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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세 공포가 확산하면서 정부가 전세금 반환 목적을 위한 대출을 받을 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임대인이 새로운 세입자에게 받은 보증금으로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모두 돌려주가 어려워지는 전세 보증금 반환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전세금 반환 대출에 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소폭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새로 전세 온 세입자들이 불안해할 수 있으니 다음에 나갈 때 어려움이나 걱정이 없도록 하는 장치까지 함께 마련하는 대출 규제 완화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늦어도 7월 중에 시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대출에 대한 DSR 규제를 완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추 부총리가 DSR의 예외적 완화를 한시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전셋값이 급락하면서 역전세 현상이 심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주택시장 부진에 따라 금융부문 리스크가 증대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세가격 하락세는 둔화히고 있지만 통상적인 계약 갱신주기를 고려해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상당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역전세난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전날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국내 주택시장은 올해 들어 정부의 규제 완화에 힘입어 매매, 전세가격 하락세가 빠르게 둔화하고 거래 건수가 증가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주택시장 부진 완화 흐름은 주택가격 급락으로 인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위험 등을 줄여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가격상승 기대로 인해 부채규모가 증가하면서 금융불균형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 하반기 중 2021년 갭투자 물량의 전세 만기가 도래하는 데다 아파트 입주물량 증가가 전세가격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세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경고했다.
앞서 지난 6일 한은이 내놓은 보고서 '깡통전세·역전세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잔존 전세계약 중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8%(5만6000가구)에서 지난 4월 8.3%(16만3000가구)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25.9%(51만7000가구)에서 52.4%(102만6000가구)로 늘었다.
깡통전세는 매매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경우, 역전세는 전세시세가 보증금보다 낮은 경우를 말한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깡통전세와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이 각각 1.3%, 48.3%로 집계됐다.
한은은 "향후 주택시장은 여전히 높은 금리수준, 전세시장 불안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하방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따라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연체율이 상승해 금융부문 리스크가 증대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