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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며 긴축 기조를 이어갔다. 저성장 국면 속에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가운데 무리한 금리인상으로 위축된 경기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에 발맞춰 내년 3분기 중 금리를 낮출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달 30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통위원 6명 전원 만장일치로 현 기준금리 3.50%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 이후 7차례 연속 동결이다. 현재 금리 수준을 충분히 장기간 유지하면서 물가상승률의 목표 수준(2%) 수렴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올 1월까지 10차례 인상해 3.50%로 끌어올렸다. 한은의 긴축정책에 물가상승률은 올 1월 5%에서 7월 2%대까지 하락했다.
물가상승률이 지난 8월 3%대로 올라선 이후 추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한은의 물가 안정 정책은 현재 진행형이다. 향후 수요 압력 약화,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하락 등에 따라 물가가 기조적 둔화 흐름이 이어갈 것이란 기대다.
이창용 총재는 기자 간담회에서 "현실적으로 긴축 기조가 6개월보다 더 이어질 수도 있다"면서 "(물가가) 2%대까지 수렴하는 때가 내년도 말이나 2025년 초반 정도가 될 것"이라며 금리 인하 기대에 선을 그었다.
내수 위축에 경기 진통… 인상도 인하도 어려운 기준금리 딜레마
한은이 기준금리를 섣불리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2%포인트로 벌어진 한·미 기준금리 격차다. 연준은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기준금리(5.25~5.50%)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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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결정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우세하다. 한·미 금리격차가 더 벌어질 경우 달러 강세에 원화가 약세로 돌아서 원/달러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지난 1월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6원 급등한 1305.8원으로 마감됐다.
반면 기준금리를 무리하게 올릴 경우 2%대 경제성장의 회복세가 늦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은 당초 전망치인 1.4%를 유지했지만 내년 전망치는 당초 2.2%에서 2.1%로 낮춰 잡았다.
수출경기 개선에도 소비회복이 더뎌 성장세가 예상만큼 가파르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전기요금을 비롯한 누적된 공공요금 인상 압력에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은 당초 전망인 2.4%에서 2.6%로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한은 전망치 2.1%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2.2%보다 낮고 한국금융연구원(2.1%)과 같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기존(1.5%)보다 0.1%포인트 낮춘 1.4%로 제시했다. 내년 성장률은 기존보다 0.2%포인트 상향한 2.3%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을 한은의 통화정책 전환(피벗) 시기로 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내년 하반기에 연준이 먼저 금리를 인하하면 한은도 미국을 따라 금리를 움직일 것"이라고 봤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보다 우리가 먼저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며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