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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공사는 두번의 큰 위기(IMF·저축은행 사태)를 겪고 그 이후에 수없이 많은 (부실 금융회사의) 정리 경험이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오늘 밤에도 일을 하러 나간다'는 그런 심정으로 (위기 대응) 준비를 하겠습니다."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키워드로 'Fight Tonight(상시 전투 태세)'을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속 내년 경제·금융 위기를 예측하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예보의 역할과 방향을 묻는 질문에 유 사장은 "올해도 분기별로 여러 가지 예비군 훈련을 했는데 내년엔 더욱더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예금보험공사는 디지털 뱅크런(대규모 현금 인출 사태)을 예방하기 위해 저축은행 예수금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동안 저축은행 예수금을 수기로만 관리했지만 79개 저축은행 예수금을 데이터로 자동화 예수금 입출금 동향을 20분마다 수시로 파악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저축은행 예수금이 급변하거나 정기예금 중도 해지율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유재훈 사장을 비롯한 담당자들에게 문자 등으로 통보 메시지가 가는 구조다.
유 사장은 "뱅크런이 디지털 금융 체제에선 하루 아침에 또는 주말에 일어날 수 있고 뱅크런의 규모도 10~20%가 아닌 50~80%라는 것이 SVB(실리콘밸리은행) 사태에서 보여줬던 교훈"이라며 "예보가 저축은행을 시작으로 디지털로 예수금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모니터링 시스템 이외에 예금보험공사는 금융권 위기 사태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본사 조직원을 동원해 정기적으로 위기 대응 훈련을 하고 있다.
유 사장은 "유형을 세가지로 나눠 소위 예비군 훈련을 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금융회사가 독립적으로 부실화되는 경우, 두 번째는 복합 위기로 시장 위험과 산업 부실이 같이 일어나거나 한 업권이 아닌 2개 이상의 업권이 서로 뒤엉켜 위기가 발생하는 시나리오로 설정하고 있다"며 "마지막으로 전쟁 등 비금융 요인에 의한 금융위기 상황에 대한 훈련을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 사장은 올해 한국은행과 스트레스 테스트 훈련을 진행한 점도 의미있는 위기 대응 활동으로 소개했다.
유 사장은 "금융감독원과 예금 이동에 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같이 만들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뱅크런이 순식간에 일어나는 만큼 (부실 금융회사) 정리도 순식간에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금안계정 다음주 법안소위서 통과될까
유재훈 사장은 금융사에 부실이 발생하기 이전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안정계정'도입에 대한 의지도 이날 피력했다.지난 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금융안정계정 도입을 골자로 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하고 산회된 가운데 오는 12일 열리는 법안소위에 예보는 기대를 걸고 있다.
유 사장은 "마지막 남은 국회 법안소위에서 좋은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이를 위해 전사적으로 저희가 뛰고 있다"며 "새로운 제도가 있는 게 예보가 하는 일(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더 쉽게 빨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서울보증보험 매각에 대해선 IPO를 비롯해 다양한 방안을 찾겠다고도 밝혔다. 예보는 SGI서울보증의 지분 93.8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유 사장은 "서울보증보험은 예보가 대주주여서 매년 배당금을 2000억원씩 받고 있어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공적 자금 회수는 계속되고 있다"며 "결국 구주매출(기존 주주의 지분을 파는 것)이 중요한데 시장 여건에 많이 좌우되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와 상의를 이어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국내 최대 종합보증사인 서울보증보험은 고평가 논란에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서울보증보험 IPO는 신주 발행 없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구주 매각으로 100% 진행하는 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