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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재석 292명, 찬성 264명, 반대 18명, 기권 10명으로 가결됐다. 이로써 지난 9월 24일 김명수 전 대법원장 퇴임 후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이어진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74일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은 임명동의안 가결 직후 "사법부 구성원들이 심기일전해 재판과 사법 행정 모두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며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신속하고 초당적인 동의 절차를 거쳐 주신 국회와 그동안 도와주신 모든 분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원장은 판사 재직 시절 대표적인 학구파로 분류됐으며 엄정한 재판 진행과 법리 구성 등으로 원칙론자라는 평가받았다. 또 김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국정농단, 양심적 병역거부 등 주요 사건에서 소수의견을 내며 주목받기도 했다. 머니S는 새 코트의 닻을 올린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을 9일 화제의 인물로 선정했다.
지난 8일 본회의 표결에 앞서 열린 국회 전체회의에선 조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가 채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조 대법원장에 대해 "33년 6개월 동안 대법원을 비롯한 전국 각지 법원에서 다양한 분야의 재판업무를 수행했고 대법관 퇴임 후에도 로펌 등 소위 전관예우 자리가 아니라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교수로 4년여간 근무하고 있는 등 법률 분야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고위공직 후보자에게 흔히 보이는 개인신상과 관련한 도덕성 등의 문제 제기가 거의 없었고 사법부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며 "재판지연 문제, 영장남발 문제 해결을 비롯한 사법개혁에 대한 비전과 구체적 방안을 갖고 있음이 확인된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대법원장으로서의 직무를 무난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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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러 판결에서 보수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여러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 딸과 사위가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어 관련된 소송이 제기될 경우 회피를 해야 하는 등 대법원장 업무를 하는데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일부 청문위원이 제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이어진 인사청문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 사건 재판 당시 소수의견을 낸 사실에 대해 "저는 한 번도 스스로를 진보 또는 보수로 생각해본 적 없다"며 "(사안을) 법과 원칙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워왔다. 저는 오직 증거법에 따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법원장이 된다면 사법부 독립 수호와 재판 지연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단 하루를 하더라도 결코 사법부 독립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고 정치 외풍을 우려하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는 "평생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해 왔다. 사법부 독립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