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의료원이 의대 증원 사태로 인한 경영난 악화로 3개월치의 보직수당 자율 반납을 받았다. 사진은 경희의료원 전경. /사진=경희의료원 제공
경희의료원이 의대 증원 사태로 인한 경영난 악화로 3개월치의 보직수당 자율 반납을 받았다. 사진은 경희의료원 전경. /사진=경희의료원 제공

의대 증원 사태로 인한 의료 공백이 석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대학병원들이 경영난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병원을 산하에 둔 경희의료원은 지난 4월부터 다음달까지 3개월의 보직수당을 자율적 기부 형식으로 반납받는 등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하 고심하고 있다.

5일 뉴시스에 따르면 오주형 경희의료원장 겸 경희대학교병원장은 지난달 30일 '경희의료원 교직원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이를 통해 오 의료원장은 "정부와 의료계가 평행선을 달리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의료 사태가 11주차로 접어들며 파국으로 향하고 있다"며 "의료 현장의 어려움은 날로 가중되고 있으며 의료기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재난·전시에 준하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저마다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 의료원장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의료원 또한 지난 3월 비상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하고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로 자금 대책들을 실행 중에 있음에도 매일 억 단위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누적 손실 폭이 커져 개원 53년 이래 최악의 경영난으로 의료원의 존폐 가능성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처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상황에 대해 오 의료원장은 "현재의 상황이 이어질 경우 개인 급여를 비롯한 각종 비용 지급 등에 필요한 자금이 올해 말 막대하게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제하며 "당장 올해 6월부터 급여 지급 중단과 더불어 희망퇴직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전했다.

경희의료원은 산하에 경희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등 총 7개 병원이 있다. 전체 의사 중 전공의 비율이 각각 40%, 30%를 넘어서는 경희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은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떠나면서 병상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수익 역시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경희의료원은 보직자들을 대상으로 3개월치(4~6월) 보직수당을 자율적인 기부 형식으로 반납받았다. 기부를 원하는 보직자들로부터 동의서를 제출받아 진행됐다.

오 의료원장은 마지막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노력과 응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교직원 여러분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간곡히 호소 드린다"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기 전 의료원의 생존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함께 해주시면 빠른 시간 내 경영 정상화가 진행돼 보다 나은 환경에서 근무하실 수 있도록 저를 포함한 모든 경영진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