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자와 다케시 일본 라인야후 CEO. /사진=로이터
이데자와 다케시 일본 라인야후 CEO. /사진=로이터

일본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빌미로 두 차례의 행정지도를 내린 이후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결별을 선언했다. 네이버가 13년간 키워온 일본 거대 메신저 기업의 경영권 잃을 위기에 놓인 가운데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로 대표되는 경제 보복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이데자와 다케시 일본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대주주인 네이버에 자본 변경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며 "소프트뱅크가 가장 많은 지분을 취하는 형태로 변화한다는 게 대전제"라고 밝혔다. 라인야후의 지주사인 A홀딩스의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 보유하고 있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의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해 기술적인 협력관계에서도 독립을 추진하겠단 방침이다.


같은 날 라인야후는 이사회를 열고 신중호 대표 겸 최고제품책임자(CPO)의 사내이사 퇴임 건도 의결했다.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신중호 CPO를 새 이사회에서 퇴진시키면서 이사회 전원을 일본인으로 구성했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CEO. /사진=소프트뱅크 컨퍼런스콜 캡처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CEO. /사진=소프트뱅크 컨퍼런스콜 캡처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CEO도 지난 9일 진행된 결산 발표회에서 "라인야후의 강한 요청에 따라 보안 지배구조와 사업 전략 관점에서 네이버와 자본 관계 변화를 협의 중"이라며 "현 시점에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네이버 지우기에 나서면서 과거 2019년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한 소부장 사태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깊다.

2018년 한국 대법원이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에 대해 배상 판결을 내리자 일본은 보복 조치로 '공업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내리며 경제적으로 압박했다. 당시 일본 총무성은 이같은 조치의 배경으로 "기존 수출구조의 재정비"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핵심 소재 등 한국 주요 수출 품목을 제한하며 한일 통상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일본 정부는 과거 르노와 닛산 지분 매각 과정에도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8년 당시 프랑스의 르노와 일본의 닛산은 합작기업인 닛산-르노 얼라이언스를 갖고 있었다. 르노가 닛산의 지분 43.4%를 보유하고 닛산은 르노 지분의 15%를 보유하는 방식의 연합체제로 운영됐다.

이후 프랑스에서 대주주 의결권을 강화하는 '플로랑주 법'이 발효되면서 르노의 영향력이 커지자 일본 당국은 카를로스 곤 닛산 회장에 비위 혐의를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얼라이언스를 주도하던 곤 전 회장이 일본 정부에 체포되고 극비리에 무단출국하는 일마저 벌어졌다. 이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의 르노 지분율은 2022년 15%로 낮추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번 사태가 앞선 사례들처럼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과도한 개입 및 경영권 침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IT 시민단체는 지난 9일 "이례적인 '초법적' 행정조치는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중대한 위반행위"라며 "이번 사태를 묵과한다면 향후 한국 기업이 서비스하는 모든 국가에서 동일한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심각한 위기의식 하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네이버가 중요하고 민감한 경영적 판단을 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이런 부분에 (정부가) 끼어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정부는 굉장히 신중하게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