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 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숨진 육군 훈련병의 영결식이 지난 30일 전남 나주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사진=뉴스1
군기 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숨진 육군 훈련병의 영결식이 지난 30일 전남 나주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사진=뉴스1

군기 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사망한 훈련병과 함께 훈련받은 동료 병사의 아버지가 분노에 찬 글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31일 국군 소통 커뮤니티인 더 캠프에는 자신을 12사단 얼차려 훈련병 6명 중 한 아이의 아빠라고 밝힌 A씨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우리 아들은 화장실 가려고 침대에서 꿈틀대다 걸려서 아무 말 못하고... (훈련에 끌려갔다)"라며 "니들이 뭔데 내 아들을… 마음 같아서는 다 죽여버리고 싶다"고 분노했다. 이어 "들어간 지 10일도 안 되는 애들한테 할 짓이냐, 때려죽일 XX들"이라고 격분했다.

국가에도 원망을 퍼부었다. "국가는 인구 감소라는 X 같은 소리 마라. 피해자 가족은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가해자는 몇 년만 살고 나오면 아무 일 없듯이 살아가는 이 나라가 너무 싫다"며 "니들 자식들이 당해도 이런 법을 적용하겠냐?"고 비판했다.

육군 커뮤니티에 올라온 동료 훈련병 아버지의 글. /사진= 머니투데이(더캠프 캡처)
육군 커뮤니티에 올라온 동료 훈련병 아버지의 글. /사진= 머니투데이(더캠프 캡처)

육군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5시20분쯤 강원도 인제의 육군 12사단 훈련병 6명 중 1명이 군기 훈련을 받다 쓰러졌다. 쓰러진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25일 오후 사망했다. 당시 훈련병은 무리한 운동 등의 이유로 근육이 손상되는 '횡문근융해증' 의심 증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기 훈련 규정 상 완전군장 상태에선 걷기만 시킬 수 있지만 군기 훈련을 지시한 중대장은 이들에게 구보(달리기)는 물론, 선착순 달리기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인권센터에 제보된 내용에 따르면 얼차려를 받던 중 훈련병의 안색과 건강 상태가 안 좋아 보이자 함께 훈련하던 훈련병들이 현장에 있던 집행 간부에게 보고했지만 꾀병으로 생각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계속 얼차려를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훈련병 사망에 영향을 준 중대장과 부중대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해 사건을 민간 경찰에 넘긴 상태다.

군 인권센터 제보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들은 업무상과실치사 및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