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의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조감도. /사진=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의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조감도. /사진=HD한국조선해양

글로벌 해운 규제가 강화되면서 조선업 호황 주기가 변하고 있다. 친환경 선박 발주 수요가 이어져 호황 기간이 길어지고 업황의 진폭도 작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조선사들은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선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조선사들은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몰리면서 약 3.5년 치 일감을 확보했다. 글로벌 조선 시장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슈퍼 사이클(초호황)에 진입한 덕분이다. 조선업계가 호황에 접어든 것은 2008년 이후 약 16년 만이다.


조선사들의 대표적인 수익 지표로 꼽히는 신조선가 지수도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달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는 전년 동기(172.37) 대비 9% 오른 187.98로 2020년 11월부터 44개월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조선가 지수는 1988년 세계 선박 건조 가격을 평균 100으로 놓고 지수화한 지표다.

조선업은 호황과 불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선박 교체 주기는 약 25년이며 슈퍼 사이클도 이와 비슷하게 돌아온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이번 슈퍼 사이클은 보통 주기보다 일찍 찾아왔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1차·2차 슈퍼 사이클은 1973년과 2003년이다. 약 30년 간격으로 주기가 돌아오는 것을 감안하면 3차 슈퍼 사이클은 2033년이 맞지만, 이번엔 10년 이르게 호황이 찾아왔다.


3차 슈퍼 사이클이 앞당겨진 것은 글로벌 친환경 선박 수요가 지속된 영향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속해서 선박에 대한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2%가 선박에서 발생하고 있어 규제를 통해 이를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IMO는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0차 회의에서 기존 초기전략의 목표를 상향 개정한 '2023 IMO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채택했다. 해당 전략은 2050년 해운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 넷제로(Net-zero)를 달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30년까지 국제 해운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30%까지, 2040년까지 최대 80%까지 감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번 조선업 호황은 과거보다 더 길고 업황의 진폭도 낮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노후 선박 교체에 더해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선박의 개조 수요가 증가하면서 조선업계의 사이클이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클락슨은 2030년부터 본격적으로 무탄소 추진 시스템이 적용된 선박이 인도되기 시작해 2050년이 되면 무탄소 선박이 전체 선박의 약 80%,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선박이 약 20%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메탄올 추진선에 이어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로 구성돼 연소 시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암모니아 추진선은 2025년 상용화될 전망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암모니아 스크러버를 독자 개발해 탄소 배출량 제로(0)에 도전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6월 거제조선소에 '암모니아 실증 설비'를 준공했다. 이곳에서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과 성능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영국 로이드 선급으로부터 2만3000TEU급 암모니아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대한 기본 승인(AIP)을 획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선박 전환은 예정된 미래로, 앞으로 '슈퍼 사이클'이라는 용어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며 "IMO의 환경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해운사들은 국내 조선사를 찾고 있고 이같은 발주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