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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공무원들의 사비를 걷어 국·과장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일명 '모시는 날' 관행이 공직 사회에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뉴스1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자체 소속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공직사회 모시는 날 관행에 대한 공무원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지방공무원 1만 2526명 중 75.7%가 모시는 날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44%는 최근 1년 이내에 모시는 날을 직접 경험했거나 지금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모시는 날'은 팀별로 순번이나 요일을 정해 소속 부서의 국·과장 등 상관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관행이다. 공직자들이 최근 1년 내 경험한 모시는 날은 주로 점심시간(57.6%, 커피 제외)에 이뤄졌다. 저녁 식사(7.2%), 술자리(10.4%)에서 이루어진다는 답변도 있었다.
이들이 '모시는' 대상은 대부분 소속 부서의 국·과장이다. 둘 모두에게 식사를 대접한다는 응답 비중은 44.9%를 차지했다. 이어서 과장만 35.5%, 국장만 17.0% 순으로 높았다.
식사비용 부담 방식은 사전에 소속 팀별로 사비를 걷어 운영하는 팀비에서 지출한다는 응답이 55.6%로 가장 많았다. 사비로 지출하되 당일 비용을 갹출하거나 미리 돈을 걷어놓는다는 응답은 21.5%, 근무 기관 재정을 편·불법으로 사용한다는 답변은 4.1%로 조사됐다. 국·과장이 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주로 업무추진비(31.1%)를 이용했다.
조사에 참여한 공무원 10명 중 7명은 모시는 날을 '부정적'(69.2%)으로 생각했다. 특히 '매우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44.7%로 많았다.
필요성을 묻는 말에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 응답이 43.1%, '별로 필요하지 않다'는 답이 25.8%였다.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로 '시대에 안 맞는 불합리한 관행'이라는 응답이 84%(3189명, 중복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서장과 식사 자리가 불편함 57.7%(2191명) ▲금전적 부담 43.4%(1648명)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음 39.8%(1510명) ▲준비 과정이 수고스러움 38.5%(1462명) 순이었다.
설문조사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기술해달라'는 질문에는 다양한 답변이 달렸다. "9급 3호봉인데 매달 10만원씩 내는 게 부담스럽다" "월급 500만원 받는 분들이 200만원 받는 청년들 돈으로 점심 먹는 게 이상하다" "비용을 메꾸기 위해 초과근무를 시킨다" "업무추진비를 부서장 용돈처럼 쓰고 모시는 날에는 사비를 각출한다" "노래방 사회까지 시킨다" 등 반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밖에 "제발 없애달라"는 호소가 담긴 의견이 수백 건 제출됐고 직접 소속 기관의 실명을 거론하거나 구체적인 혐의 감사를 요구하는 응답도 다수 있었다. 이는 지자체뿐만이 아니라 경찰청, 보건소에도 비일비재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위성곤 의원 "젊고 유능한 공직자들이 느끼는 무력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현장 실태를 모르는 중앙부처 담당자들은 수박 겉핥기식 탁상행정으로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 의원은 "비용 전가 및 과도한 의전에 대한 문제와는 별개로 소통 자체는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며 "리더들이 관행의 틀에 안주하지 않고 생산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