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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여객기 블랙박스에 충돌 4분간 기록이 저장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이 같은 사례를 처음 본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항공기 블랙박스에는 기본적으로 FDR과 CVR이라는 장비가 있는데 이 두 가지가 모두 기록이 된다"며 "블랙박스는 중요하기 때문에 그 강도도 강한데 중력 가속도의 3400배를 버티고 1100℃에서 1시간을 견딜 수 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CVR의 경우에 조종사와 관제사, 조종사끼리 대화,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 또는 방송 등 이런 항공기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음이 다 녹음된다"며 "그러므로 보지 않아도 소리를 주의 깊게 들어서 어떤 행위를 했는지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FDR은 항공기 좌측 엔진에서, CVR은 우측 엔진에서 전원을 받는다. 이 두 가지 장치가 다 안 됐다는 것은 결국 '두 엔진 모두 기능을 상실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라며 "4분 동안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사고 원인을 추정밖에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례에 대해 "30년 항공 안전을 연구했는데 처음 듣는 케이스"라며 "이럴 확률은 거의 700만분의 1정도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제가 보기에는 (참사 당시) 조류 떼가 거의 수백 마리 이상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며 "관제사가 처음에 버드 스트라이크 주의를 줬겠지만 (여객기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그 순간 조종사가 봤거나 부딪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런 조류를 봤을 때는 이미 좀 늦었다고 볼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여객기가) 활주로 쪽으로 하강하면서 아마 새 떼가 들어왔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조종사는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조류를) 피하려고 파워를 넣었는데 그 상태는 엔진이 고출력이니 항공기가 오히려 손상이 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끝으로 "속도가 워낙 빨라 조종사가 조류를 봤을 땐 이미 늦다고 볼 수 있다. 관제사도 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다른 장치들을 조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심지어 모든 것이 국제 기준에 맞춰질 거로 생각해 그런 것(콘크리트 둔덕)까지 기대하진 않는다"고 일축했다.